과학 잡지에 발표된 논문 중 상당수가 철회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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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스튜어트 리치

세상 모든 원리를 설명하는 학문인 과학에 오류가 있다면 인류가 지금껏 이뤄낸 지식의 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과학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에 발표했지만 조작, 편향, 부주의, 과장을 이유로 철회되는 논문만 한 해에 수백 편에 이른다는 발표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다. 심지어 가짜 논문을 가려내는 연구를 저널에 발표하는 실정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의 신간은 연금술과 미신의 도구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과학의 근본적인 정신과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대니얼 카너먼(프라이밍 현상에 대한 실험) 같은 대중 과학 서적의 저자부터 필립 짐바르도(스탠퍼드 감옥 실험), 스탠리 밀그램(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황우석(인간 배아 복제 실험) 등 세기의 연구자라 칭송받던 이들의 화려한 과학 업적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과 동료들의 비윤리적 행동, 과학계의 부패한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실수·과장된 자료 게재 너무나 흔한 일
짐바르도 등 세기의 연구자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과학계의 부패 등 파헤쳐
논문에 발표하려면 동료 평가 과정 필요


2018년,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생명체의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이 되는 효소 단백질의 인공 개량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2년 뒤 그는 에 실린 자신의 효소 관련 논문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는 아널드 교수의 연구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고, 논문의 제1저자가 연구 노트의 일부를 누락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2012년 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928년부터 2011년 사이에 철회된 논문이 4449개에 이른다고 한다. 간단히 살펴보면 그중 의심스러운 데이터나 해석이 42%, 데이터 조작 같은 연구 부정 행위에 따른 철회 비율이 20%에 달한다.

물론 어떤 연구자든 논문이든 오류를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과학계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과학 연구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지닌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학자는 세상 모든 현상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위해 연구한다. 그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신뢰도와 검정력을 확보해주는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결과를 도출해 논문을 쓴다. 해당 연구를 논문에 발표하려면 동료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동료 평가자들은 논문에 조작·편향·부주의한 실수·과장은 없는지, 연구에 등장하는 실험이 재현 가능한지 등을 검증한다. “우리 자신이 관찰한 것조차도 반복 관찰되거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발견이라거나 과학적 관찰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라고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말했듯, 반복 재현되지 않는 실험 연구는 진정한 과학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리치는 논문 발표 시스템을 꼬집는다. 논문 발표 횟수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학계의 관행과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얻기 위해 나쁜 연구자들이 주도하는 논문 대량 생산 현상을 지적한다. 실제로 인간의 23쌍 염색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23개의 각각의 단일 논문으로 쪼개거나 항우울제의 효과를 연구한 후 인구 집단별로 실험군과 대조군만 살짝 바꿔 논문을 쪼개 발표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과학자들을 위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기술적 기준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의 말을 종합하면 과학적 지식은 인종, 성별, 나이, 성적 취향, 소득, 사회적 배경, 국적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판단되거나 돈, 정치, 이념, 개인적 이해, 명성을 위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과학자들은 모든 지식을 서로 공유하되 각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중 과학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실제 연구 성과를 과장해 발표하고 있는 현실도 비판한다. 정확성도 떨어지고 좋은 내용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자는 모든 연구에 오류가 있고, 모든 데이터에 노이즈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자로서의 양심, 동료 평가라는 객관적 시스템을 철저하게 가동할 때 과학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튜어트 리치 지음/김종명 옮김/더난출판/496쪽/1만 7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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