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좋을 때… ” 은행원 희망퇴직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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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 등에 힘입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역설적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나는 인력 규모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예년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데다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추세,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등까지 겹친 결과다.

1월 시중은행 4곳서 1817명 떠나
40세까지 대상 연령 하향 뚜렷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4곳에서만 희망퇴직 형태로 모두 1817명이 떠났다.

KB국민은행에서는 지난달 3∼6일 희망퇴직을 신청한 674명이 21일 자로, 신한은행에서도 3∼11일 신청한 250명이 17일 자로 각각 짐을 쌌다.

하나은행의 경우 같은 달 3∼7일 접수를 거쳐 임금피크 대상자 228명과 준 정년 대상자 250명, 모두 478명이 31일 퇴직했다.

우리은행에서도 같은 날 415명의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자로 SC제일은행 직원 약 500명이 특별퇴직했고,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도 같은 해 11월 직원의 약 66%인 2300명이 희망퇴직했다.

NH농협은행 직원 427명도 같은 달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작년 말 회사를 떠났다. 결국 최근 4개월간 국내 시중은행 5곳과 외국계 은행 2곳에서만 무려 직원 5044명이 떠난 셈이다.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 연령이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관리자급 1974년 이전 △책임자급 1977년 이전 △행원급 1980년 이전 출생자였다. 행원급은 만 40세도 본인 희망에 따라 은행을 떠났다는 뜻이다.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진 점도 5000명이 넘는 대규모 탈출 행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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