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리고 후원금 확보까지… ‘출판기념회’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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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금정구청장이 22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성황을 이뤘다. 페이스북 캡처

부산 지역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룬다. 6·1지방선거가 코로나19와 3·9 대선에 철저히 가려진 상황에서 공식적인 대면 유세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예비후보등록 전 법정 홍보물을 배포할 수 없는 시기에 출판 행사는 가장 효율적으로 후보자를 알리는 방법이다.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통해 지지자 결집과 세 과시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저서 판매를 통한 후원금 확보로 선거 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현역 지자체장·시의원 행사 봇물
코로나·대선 국면 홍보효과 톡톡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이들은 대개 5만~10만 원을 책 구매 비용으로 낸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선관위에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어 100만 원 혹은 그 이상을 후원하는 지지자도 있다. 1000명이 책을 구매하면 1억 원은 손쉽게 모이고, 책 제작 비용을 제하더라도 수천만 원의 선거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유권자와의 소통의 장이라는 의미보다는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역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는다. 사상구청장에 도전하는 신상해(사상2) 부산시의회 의장은 22일 자신의 저서 <모래톱>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번번이 구청장 도전에 실패했던 신 의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장을 던졌다. 이순영(북구4) 부산시의회 교육위원장도 21일 자신의 저서 <함께라서 고마워요>를 알리는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책을 집필하기도 한다. 22일 정명희 북구청장, 정미영 금정구청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등 민주당 소속의 세 여성 구청장은 공동집필한 <3인3색 허스토리> 출판기념회를 동시에 열어 성황을 이뤘다. 이례적으로 세 명의 구청장이 함께 책을 출판한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명희 구청장은 책을 주제로 패션쇼도 함께 진행해 참석자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역 정치인이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과는 달리 정치 신인은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아 온 오태원 북구체육회장은 다음 달 5일 <36.5도 오태원의 힘> 출판기념회를 갖고 국민의힘 북구청장 출마를 공식화한다. 오 회장은 구포초등학교 동창회장을 맡아 북구장학회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주거 빈곤 가정에 빌라를 지어 주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 이에 지지세를 결집하는 차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준비한다.

반면 정년을 7년이나 남기고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공천 경쟁에 뛰어들어 지역 정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김형찬 전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출간 계획이 없다. 김 전 국장은 “도농복합지역인 강서에서 정치신인이 출판기념회를 갖는 것은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낮은 자세로 지역을 누비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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