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탈선에 출근길 탈진… 이번엔 선로전환기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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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26일 오전 운행이 중단된 2호선 화명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임시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새벽 시간 시운전 중이던 부산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기기 오작동으로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해 출근 시간대 4시간가량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많은 시민이 한겨울 추위에 떨며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긴급 투입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특히 열차 운행이 중단된 구간 중에는 주요 환승역인 덕천역과 사상역이 포함돼 있어 서부산권 산업단지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였다.

26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3분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구명역 인근에서 시운전 중이던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2호선 양방향 첫차 시각인 오전 5시 10분대부터 화명~사상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시운전은 열차 사이 거리와 속도, 방향 등을 제어하는 전자연동장치를 교체한 후 해당 장치를 열차와 연동시키기 위해 진행됐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선로 복구 작업 등을 마치고 이날 오전 8시 55분부터 화명~사상 구간 운행을 재개했다.

2호선 구명역 시운전 열차 이탈
26일 오전 4시간가량 운행 중단
추위 속 서부산권 출근길 대혼란
대체 교통수단 찾아 시민 발 동동
반복된 안전 사고에 불안감 커져

많은 시민은 이날 예상치 못한 열차 탈선 사고로 도시철도 2호선 사고 구간을 이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또 대체 교통 수단을 찾거나 부산교통공사가 긴급 투입한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면서 추위에 떨었다. 화명~사상 구간에는 부산도시철도 주요 환승역인 덕천역과 사상역이 있어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컸다. 덕천역은 3호선, 사상역은 부산김해경전철과 이어진다.

“현재 구명역 탈선 사고 때문에 이 열차는 사상역까지만 운행합니다. 운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전 8시 20분께 부산도시철도 2호선 양산행 열차 안. 서면역에서 사상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안내 방송을 들은 일부 시민들은 짜증스러운 기색을 보였고, 일부 시민은 당황해하며 사상역에서 하차했다.

열차에서 내린 시민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이동했다. 현장에 배치된 부산교통공사 직원들은 사상역 6번 출구에서 화명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찰구 앞에서는 직원들이 사고 소식을 모른 채 도시철도를 타러 온 시민들에게 사고 상황을 반복해 설명하면서 혼란스러운 풍경이 연출됐다.

같은 시각 사상역 앞은 부산교통공사가 마련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혼잡했다. 순식간에 60여 명의 시민들이 추위 속에 긴 줄을 이뤘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민 행렬은 빠르게 늘어나 45인승 규모의 차량에 미처 탑승하지 못한 시민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증산역으로 가야 하는데 언제 거기까지 가느냐”고 화를 내면서 택시를 잡기도 했다. 북구 화명동으로 출근하는 강경희(45·여) 씨는 “사상역까지만 열차가 운행돼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경남 양산시로 출근하던 승객 김 모(71) 씨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사람도 많고 10분 넘게 기다려야 해서 그냥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와 정류장을 찾는 데 2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번 탈선 사고의 원인을 전자연동장치와 연계된 선로전환기 오작동으로 추정한다. 전자연동장치는 열차 간 거리와 속도 등을 제어하고 나아갈 선로 방향 등도 결정해 선로전환기 등에 신호로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선로전환기 오작동으로 직선과 곡선 선로 사이 전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바퀴들이 서로 다른 선로에 놓이면서 탈선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교통공사 김현우 고객홍보실장은 “전자연동장치의 결함과 선로전환기 자체 문제 모두에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향후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사고는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새로운 설비가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는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부산도시철도에서 안전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교통공사가 집계한 부산도시철도 사고와 장애는 141건에 이른다. 지난해 9월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시와 함께 특별합동점검 등을 실시하는 등 차량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 도시철도과 옥유정 도시철도운영팀장은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면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면 안전 점검과 진단 체계 자체에 대한 구조적 문제 여부도 검토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탁경륜·김동우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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