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뛰고 일자리는 줄고… 치솟는 ‘경제고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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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구촌의 경제고통지수가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 정도로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득세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커지는 등 지정학적 갈등까지 불거져 지구촌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캐나다의 정책연구기관인 프레이저연구소가 최근 주요 35개국의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상위 5개국에 스페인(17.6), 그리스(15.7), 이탈리아(12.0), 아이슬란드(11.3), 스웨덴(10.9)이 자리 잡았다. 한국(6.0)은 28위로 순위는 낮았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것으로,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게 고안한 지표다. 프레이저연구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국가별 물가, 실업률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했다.

캐나다 정책연구기관 ‘프레이저’
세계 35개국 지난해 지수 조사
한국 28위… 10년 만에 최고치
양질 일자리 줄고 자영업 타격
휘발윳값 상승세· 원자재도 강세
러, 우크라 침공 땐 식량 위기감

우리나라는 이 연구소의 집계에서 순위는 하위권이지만 전년이나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경제 고통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을 반영한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는 6.2로 2011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19년(4.2)과 2020년(4.5)보다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개인 서비스, 농·축·수산물을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세를 보였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3.2% 뛰었다. 실업률은 지난해 3.7%로 2020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점을 고려할 때 고용시장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서민들의 고통을 특히 가중하고 있지만 올해도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물가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원자재 가격 등 대외 요인에 의해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지난주 국내 휘발윳값은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수입물가가 17.6% 올라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생산자물가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6.4% 상승했다.

또 밀과 관련, 미국 환경정책연구소 ‘브레이크스루’의 알렉스 스미스 식량·농업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밀 생산과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식량위기를 경고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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