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메카’ 경남 거제, 코로나 딛고 ‘두 개의 심장’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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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K조선

‘조선 도시’ 경남 거제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파고를 넘은 조선업이 안팎의 악재에도 2013년 이후 최대 수주 실적을 올리며 부활을 예고한 덕분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도 최종 무산돼 최대 불안 요소도 사라졌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인한 선박 교체수요 증가, 유가 상승 등 잇따른 호재로 지난해보다 나은 올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얼어붙었던 지역사회도 봄날을 맞을지 주목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667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로 2020년 2390만 CGT보다 배가량 늘었다. 이 중 한국은 전체 물량의 37%인 1744만 CGT(403척)를 가져왔다. 이는 전년 870만 CGT의 배이자, 2013년 1845만 CGT 이후 8년 만에 거둔 최대 수주 실적이다. 중국은 2286만 CGT(927척·49%), 일본은 413만 CGT(198척·9%)다.

조선 3사, 2013년 이후 최대 수주 실적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불안 사라져
대우조선, LNG 운반선 2척 수주 성공
2031년까지 발주량 1900여 척 예상
삼성중·대우조선해양 사업장 벌써 들썩
“인접 도시 기자재 업체 낙수 효과 기대”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가격이 비싼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수주 척수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한다. 중국이 한국보다 배 이상 많은 선박을 수주하고도 점유율에선 11%포인트 우위에 그친 이유다.

세계 조선 빅3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수주 목표 조기 달성 이후 LNG 운반선처럼 선가가 높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집중했다.

덕분에 작년 시장에 나온 LNG 운반선 78척 중 68척(87%)을 쓸어 담았다. LNG 운반선은 일반 상선에 비해 높은 기술력과 건조 노하우를 요구한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중국도 기술 격차는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1만 2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도 194척 중 95척(49%)을 수주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도 시작이 좋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보다 열흘 빠른 지난 6일 LNG 운반선 2척으로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현재까지 LNG 운반선 3척과 해양플랜트 1기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총액 11억 7000만 달러 상당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많다. 삼성중공업도 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감 확보에서도 한국이 단연 앞서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은 9020만 CGT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709만 CGT(41%)로 가장 많고 한국 2939만 CGT(33%), 일본 923만 CGT(10%) 순이다. 전달 대비 23만 CGT 정도 줄었는데, 중국(-20만 CGT)과 일본(-5만CGT)은 모두 감소한 상황에 한국만 16만 CGT 늘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가 간 물동량이 늘어 대형 컨테이너선 주문이 급증 중이고, 한국 조선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1만 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는 258%(2020년 44척→188척), 1만 4000m³ 이상 대형 LNG 운반선 발주도 51%(50→75) 증가했다.

선가(선박 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다. 12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전달보다 0.56포인트 오른 154.18포인트다. 2020년 11월 이후 13개월 연속 상승으로 연초 127.11포인트와 비교하면 무려 27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망도 밝다. 최근 발간된 클락슨사의 보고서(Clarksons Research Forecast Club)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글로벌 경기 회복과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신조선 발주가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3년부터 적용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맞춘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이 2020년의 두 배 수준인 1900여 척에 달하는 장기 호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IMO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 해운의 탄소집약도를 2008년 대비 40%, 2050년에는 7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작년 6월 열린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에선 2023년부터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for existing ships)와 탄소집약도(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등급제 시행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현존하는 모든 선박은 선박 제원을 기반으로 계산되는 EEXI를 충족함과 동시에 운항 실적에 따라 계산되는 CII도 매년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박 엔진 출력 제한(저속 운항), 에너지저감장치 탑재, 최적항로 운항 및 저탄소 연료 사용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개조 또는 신조 수요를 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 빅3의 경우, 이미 환경 규제 대응이 가능한 친환경 선박의 수주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 대응을 위한 선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향후 친환경 선박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수주 확대가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비견될 정도로 업황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지역 내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거제는 벌써 들뜬 분위기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불발로 고용 불안과 연관 산업 붕괴로 인한 지역 경제 위기 우려를 잠재웠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조선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산업 위기가 고스란히 지역 경제 침체로 직결됐다”면서 “인력 수급 등 당면한 과제가 많지만, 지난해 수주한 물량이 일감으로 돌아오는 하반기부터 거제는 물론,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가 밀집한 통영, 고성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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