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책 막막한 산업계 “모호한 규정에 일단 하던 대로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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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의 170개 기업 모니터링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9가지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응이 어렵다.”(부산 철강업체 A사)

“원청의 안전 관리비도 하도급 업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부산 건설 하도급업체 B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어 애로
과도한 처벌·하도급 부담 우려

산업 현장의 안전 조치와 의무를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부산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런 중에도 모호한 규정에 따른 대응의 곤란함, 과도한 처벌에 대한 높은 우려, 해운업 등 산업 특수성 반영 부족 등의 이유로 기업 현장의 부담과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제조·건설·운수업 중 종사자수 50인 이상의 지역기업 170개사를 대상으로 대응 현황을 파악한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27일부터 당장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받는 부산 기업(종사자 50인 이상)은 3480개사로, 해당 기업의 근로자 수를 합하면 47만 1972명이다.

이번 조사 결과 대부분의 지역기업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만 아직 사례나 판례가 없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느끼고 안전교육 강화, 현장점검 확대 등 기존 대응방법을 보다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부에서는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안전 예산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C사는 “안전 TF팀을 구성해 사업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취득했다”고 했다.

이러한 대응에도 기업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현장에서는 법령의 모호성과 코로나19로 인한 여력 약화, 처벌에 대한 부담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화학제조업체 D사는 “처벌의 강도와 기업의 준비 노력이 얼마나 어떻게 인정될 것인지 모호하다”고 했고, 철강업체 E사 역시 “법 기준이 모호해 대응하기 어려워 사례가 발생하면 구체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의 부담 증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동차부품업체 F사는 “안전관리 종사자 임금 급등으로 채용이 어렵다”고 말해, 인력 수급에 대한 부담도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위탁 대행 업무가 많은 해운업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타 업종과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애로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기업이 안전 주의 의무에 노력했다면 면책해 주는 규정이 반드시 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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