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또?… ‘울산 2040 비전 선포식’ 재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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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최근 개최한 ‘울산 2040 비전 선포식’을 놓고 지역 사회에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5년 전 치른 행사와 똑같은 명칭으로 선포식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향후 20년 울산 시민의 삶을 좌우할 중·장기발전계획이 단체장의 생색내기 행사 도구로 변질됐고, 이미 존재하는 계획을 재정비한 것을 ‘선포’로 치장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달 5일 시청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향후 20년간 도시 성장과 발전의 지침서가 될 ‘울산 2040 비전’을 공개하는 선포식을 열었다. 시는 당시 “지역 정치권 관계자, 각계각층 시민 등 70여 명을 초대해 미래 20년을 향한 희망찬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포장했다.

2017년에도 같은 명칭으로 개최
주요 장기 프로젝트 대부분 중복
용역비 2억 투입에도 ‘대동소이’
시민들 “단순 이벤트로 느껴져“

한데 울산 2040 비전 선포식은 5년 전에 이미 한 번 열렸던 행사다. 김기현 전 시장이 2017년 7월 시청 본관 2층 대강당에서 광역시 승격 20돌을 기념해 ‘울산 2040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이어서 시민단체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울산시는 그때도 “미래 20년을 향한 희망찬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뒀다. 도시 중·장기발전계획이 같은 제목으로 두 차례 ‘선포’되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올해 선포식에 참석한 일부 시민은 “5년 전에도 같은 행사에 참석했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며 “내용도 별반 새로울 것 없었고, 도시의 장기 미래상을 공개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단순 이벤트처럼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 2040 계획은 세부사항이 포함된 최종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비전의 얼개만 발표한 것이다. 최종안은 오는 3월 공개한다. 특히 시가 계획의 뼈대만 서둘러 발표한 까닭에 5년 전과 뚜렷한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우선 ‘울산 2040 계획’의 지향점은 애초 ‘글로벌 창조융합도시 울산’에서 이번에 ‘시민이 꿈꾸는 행복도시 울산’으로 바뀌어 되레 평범한 이상론으로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5개 도시모델을 설정한 방식도 비슷하다. 김 전 시장 당시 ‘파워시티·휴먼시티·프레스티지시티·콤팩트시티·메가시티’로 구성한 계획이 올해 ‘미래신산업도시·초광역거점도시·그린안전도시·포용복지도시·창의문화도시’로 변경됐다. ‘메가시티→초광역도시’, ‘휴먼시티→포용복지도시’ 등 영문을 한글로 순화하는 데 그친 듯한 인상을 준다.

주요 프로젝트로 언급한 탄소중립·게놈바이오산업 육성, 수소산업 육성 같은 사업도 5년 전 계획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시는 울산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2040 계획 수립에 출연금 2억 원을 들였다.

울산연구원 관계자는 “대체로 대동소이한 측면이 있지만, 5개 도시 모델의 경우 영국 노리치시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울산 실정에 맞도록 변경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빅데이터 기법을 동원, 각종 트렌드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 또한 “5년마다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는데 (법정계획이 아니어서) 근거 조항은 없다”면서 “이번 2040 비전은 기획 과제로 2017년 계획을 수정·보완하는 차원에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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