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보다 예방 중심으로 강화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기업경영자란 망망대해 폭풍우 속의 밀려오는 거친 파도를 계속해서 헤치고 나가야 하는 선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다가 원자재, 물류비, 금리 인상까지 기업 비용 또한 안 오르는 게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인력난까지 끝없이 밀려오는 사면초가의 난제에 자칫 잘못하면 기업이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난제 중에서 기업들은 오는 27일로 시행이 예정인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다.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과 보건 확보에 대한 의무 주체인 동시에 처벌 대상이 되도록 정한 법으로, 관련법에 대한 해설서나 안내서가 만들어져 있지만, 경영자가 지켜야 하는 것 등에 대해선 여전히 불명확한 것들이 너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기업인에게 주어진 안전과 보건에 대한 책임 의무가 매우 추상적이다. 지켜야 할 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되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첩된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는 환경에서의 법 시행은 더욱 더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은 재해발생에 대비하여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확대·보강하고, 안전보건 책임자를 선임하는 등으로 그나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조직구성은 고사하고 인력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으로, 최근 업계에서 관련 인력 채용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광주광역시 HDC현대산업개발 사고나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화재와 같은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혼란 등 모호한 부분은 최대한 개선 보완해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준비실태조사에서 “시행일 맞춰서 법에 대한 의무준수가 불가능”이라고 답변한 중소제조업체가 50인 이상 기업 53.7%, 그중에 50~99인 기업은 60.7%나 되었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새 정부의 노동 과제 1순위를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라고 답할 만큼 기업 반발이 큰 편이다.

법의 목적이 처벌이 아닌 예방이라고 정부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률 1,500여 건 중에서 ‘처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은 20여 개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처벌’이라는 단어만으로 의무대상자인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주는 부담은 상당하다.

정부의 설명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진정한 예방을 위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 근로자, 정부 관계 당국 모두가 함께 예방하고 노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 면책조항을 만들어, 명확한 규정을 통해서 처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높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경영책임자와 근로자 모두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야 예방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책임과 의무는 사업주·경영책임자와 근로자만 아니라 정부 관계 당국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법을 올바르게 준수하고 이행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여 지도·감독할 때 예방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어느 한쪽의 처벌만으로 결코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는 없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중심 조직문화 및 재해예방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는 사업주·경영책임자’,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근로자’ 그리고 ‘안전관리 강화와 수시 점검을 수행하는 관계 당국’이 함께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