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유대인 / 슐로모 산드

“민족이란 자신들의 선조에 대한 공통된 착각과 이웃들에 대한 공통된 적의로 결합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슐로모 산드의 <만들어진 유대인>은 이처럼 카를 도이치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신화란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현재 상태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허구’라는 견해에 힘을 싣고 있는 듯하다.

그런 통찰력으로 유대인이라는 민족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바라보면, 기존의 관념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과연 유대인이 2000년 동안 똘똘 뭉쳐 유지됐고, 그들이 지금의 영토를 홀로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산드는 유대인이 종교적 공동체였다고 말한다. 원래부터 종족 공동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는 변화라는 긍정적 의미보다는 변질이라는 부정적인 눈길로 나타난다. 신화를 정치적 도구로 만든 어떤 조작의 기미를 눈치챈 것이다. 산드는 수많은 자료와 깊은 연구를 통해 의심이 사실에 가까웠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19세기 말 당시 성행한 게르만 민족주의에 자극받아 현대 유대 민족을 창조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러한 민족 발명이 공동체 보존에 그치지 않고 폭력과 배제의 기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유대인의 소유물로 인식되는 현실에 메스를 댄다. 그곳에 사는 시민이라는 집합체의 소유가 아니라는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이다. 팔레스타인으로 향한 총구를 거둬들이라는 주장이다. 산드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슐로모 산드 지음/김승완 옮김, 배철현 감수/사월의 책/670쪽/3만 4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