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산 파격 공약 뒤엔 ‘정책 브레인’ 박성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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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지난해 2월 부산일보사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매운맛 인터뷰’에서 사회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는다. 최근 윤 후보가 발표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공약 발표에 후보 비서실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박 전 부시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12가지 부산 공약은 현안 과제를 두루두루 챙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역에 반향을 일으켰다. 박 전 부시장은 국민의힘 선대위에 있는 부산 출신 인사 중 주목도가 낮았지만, 윤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정책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제 부시장·특보 때 현안 공약화
정무 감각 뛰어나 캠프 핵심 역할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현실화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도 이끌어
박 “윤 후보, 부울경 성장축 공감”


특히 산은 이전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대하지 못한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산은은 이번 정부에서 무산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해 부산의 1순위 희망 기관이기는 하지만, 대선 이후 전체 100여 개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맞물려 진행돼야 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전체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앞서 산은만 콕 집어 부산행을 약속했다.

당초 산은 이전은 지난 15일 윤 후보의 예정된 공약 발표에 없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적극 추진’으로 발표하려던 공약이 부산 방문 이틀 전에야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시장이 정책금융기관 부산 이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고, 이에 캠프에선 수출입은행 정도를 고려했다.

그러나 윤 후보와 거의 매일 소통하는 박 전 부시장은 금융을 통해 부산의 산업 구조를 바꿔 경쟁력을 키우려면 수은보다 규모가 훨씬 큰 산은이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윤 후보가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부산 방문 때 국민의힘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박성훈 전 부시장이 부산 발전을 위해 산은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야기해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덕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부울경 GTX 건설, 55보급창·8부두 이전 등 윤 후보의 주요 공약도 박 전 부시장의 손길을 거쳐 완성됐다. 장기 난제인 55보급창과 8부두 이전의 경우 2030월드엑스포 유치라는 기회를 살려 해당 지역을 새로운 부산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윤 후보가 공감했다.

사법·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력을 갖춘 부산 출신의 박 전 부시장은 기재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는 경제부시장,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에는 경제특보로 부산 현안 해결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는 데다 정무 감각도 갖춰 윤 후보 캠프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초 윤 후보가 발표한 ‘한국판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도 박 전 부시장 제안이었다.

최근까지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비해 부산 정책 공약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전전긍긍하던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이번 윤 후보의 공약 발표로 정책 대결에서 오히려 주도권을 잡게 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이 18일 산은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국민의힘은 산은 이전을 지역 대표 정책 이슈로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박 전 부시장은 자신의 역할이 부각되는 데 대해 꽤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박 전 부시장은 9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대선 승리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을 뿐, 이번 공약과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윤 후보는 ‘부울경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조만간 또다른 메시지를 내놓을 것 같다”며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후보가 현안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데, 소탈함과 강직함 등 후보의 장점을 국민들에게 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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