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목욕 가는 소막마을 “구립 목욕탕 지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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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목욕업 쇠퇴,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동네 목욕탕이 폐업하자 부산 곳곳에서 공공 목욕탕 건립 요구가 나온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씻을 권리’ 보장 요구가 나오지만, 구청은 부지 확보 문제와 사업성 부족 등으로 난색을 표한다.

소막마을 주민과 남구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등은 19일 오전 부산 남구청 앞에서 우암동 소막마을에 공공 목욕탕을 건립하라고 요구했다. 주민 안정자(80) 씨는 “여러 명 모여 일주일에 한 번 택시 타고 목욕을 간다”며 “구청 공용 샤워장은 잠깐만 써도 찬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치한 공용 샤워장
찬물만 나와 이용자 ‘극소수’
남구청 “사업성 부족” 난색

우암동에는 목욕탕 두 곳이 있었지만 수요 감소 등 이유로 한 곳은 폐업했고 다른 한 곳은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한다. 소막마을 인근은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도보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남구청은 소막마을 주민공동체센터 2층에 공용 샤워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찬물이 나오는 등 문제로 하루 평균 이용자는 5명 남짓이다. 소막마을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령층 밀집 지역이다. 주민 다수는 기초생활수급자라, 택시를 타고 목욕탕으로 가는 것도 금전적 부담이다.

부산에서는 약 30년 전부터 공공 목욕탕이 운영됐다. 1991년 동구 범일동 종합사회복지관에 ‘청춘 목욕탕’이 문을 열었고, 2013년에는 금정구 ‘선두구동 목욕탕’이 개관했다. 중구청과 사상구청도 각각 부평동과 학장동에 구립 목욕탕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목욕탕을 찾는 발길이 줄어 사업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탓에, 목욕탕 운영자를 찾지 못해 개관을 미루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주변 목욕탕 업체의 반발도 공공 목욕탕 건립에 장애물이다. 중구청은 4층 규모의 ‘부평 행복탕’을 준공했지만, 사업자 모집에 실패해 개관이 무기한 연기됐다.

남구청 관계자는 “목욕탕을 새로 지으면 부지매입비 10억 원을 포함해 예산 2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샤워장 찬물 문제는 지난해 12월 온수기를 추가 설치해 해결했고, 주민이 목욕탕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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