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현산'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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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발생한 2건의 건설 현장 참사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대산업개발(현산)’은 사실 아파트 건설보다는 자동차의 그림자가 더 짙게 배어 있는 회사다. 현산이라는 회사 자체는 현대그룹 내 한국도시개발과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이 설립한 한라건설이 합병해 1986년 11월 출범했다. 현대그룹과의 계열 분리는 1999년 이뤄졌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 문제였다.

‘포니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 자동차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던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형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현대산업개발을 받은 것이다. 현대그룹 내 후계 구도 정리로 정세영 명예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이후 32년 만에 자동차 업계를 떠났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거의 평생을 바치다시피 한 현대자동차를 떠나는 이임식에서 회사 사가를 부르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 못지않게 이를 서운하게 여긴 이가 아들인 정몽규 회장이었다고 전한다. 정몽규 회장은 아버지가 명예회장이 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회장으로서 현대자동차를 국내 제일의 자동차 기업으로 위상을 다지는 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내 후계 구도로 인해 아버지부터 자신까지 열정을 쏟았던 현대자동차를 포기하게 됐으니, 그 심사가 편안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여겨진다.

정든 회사를 고스란히 넘겨줬던 기억 때문인지 정몽규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독립 이후 사업 다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현산의 이런 행보가 결국 본업인 건설업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건설업 외에 다른 분야로 관심을 분산하다 보니 현산의 경쟁력이 퇴보했다는 것이다. 한때 도급 순위 5위였던 현산의 경쟁력은 현재는 9위권으로 떨어졌다.

건설 외에 다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처지에서 이번 광주 참사는 현산으로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대형 악재가 됐다. 도급 순위 추락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업계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이 터지는 지경이다. 정몽규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많을 만큼 신뢰도도 바닥이다.

현대자동차와 맞바꾸며 독립한 현산이 현대자동차처럼 세계적인 기업은커녕 국내서도 퇴출 위기에 몰린 현실이 시장의 엄혹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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