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대선 현장 속 사람과 관계의 의미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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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배우 이선균

“편협한 정치색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에요. 치열한 선거판 속에서의 사람과 관계를 이야기하죠.”

영화 ‘킹메이커’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46)은 이렇게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선거 전략가 엄창록을 연기한 그는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보다 극적인 재미를 전달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이선균은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져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보이게 됐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시는 걸 알지만 정치색을 띤 영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기생충’ 이후 첫 스크린 나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모 엄창록
이북 출신에 트라우마 가진 역할
“실존 인물임에도 자료 부족해
혼자 상상하며 캐릭터 만들어”

영화는 대선 후보 김운범과 그를 돕는 전략가 서창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였던 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엄창록은 당시 ‘선거판의 여우’나 ‘흑색선전의 귀재’로 불렸던 인물. 이선균은 엄창록을 바탕으로 빚어진 서창대를 자신만의 색깔을 녹여 재창조했다. 이선균은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정보나 기록이 많이 없더라”며 “상상해서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고 했다.

이선균은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한에 치달았던 시대에 이북 출신인 서창대가 선거판에 나선 점을 주목했다. 그는 “여야 할 것 없이 그를 찾았는데 왜 중심이 아닌 그림자로만 지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그의 출생의 한계를 드러내야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공들인 연기는 사무실 연설 장면이란다. 극 중 서창대는 김운범 선거 캠프에서 외부 인사인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자 그들의 마음을 돌릴 연설을 한다.

그는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며 “유아인 씨가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보여준 연기를 조금 참고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선거 이야기와 인물들의 신념, 갈등이 재미있었어요. 영화 ‘불한당’을 만든 변성현 감독, 설경구 씨와 함께 하는 점도 좋았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이번 영화는 이선균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사 100년에 방점을 찍고 또 다른 시작을 만들었다”며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너무 큰 행운이지만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새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면서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들을지 긴장하고 있단다.

이선균은 “앞으로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과 역할을 더 만나고 싶다”며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잘 늙어가면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번 캐릭터도 힘들었지만, 도전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 정치 영화라는 오해가 풀릴 거예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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