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찾은 샛별야학교… 학교 갈 생각에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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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개교해 지금까지 600명 이상의 만학도를 길러 왔지만 최근 재정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부산 대표 야학 사상구 샛별야학교(부산일보 2021년 12월 15일 자 1면 등 보도)가 마침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드디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기뻐하고 있다.

“자, 학생들! 선생님 따라 읽어보세요. 장수상회.”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께 찾은 사상구 덕포동 샛별야학. 영화 원고를 활용한 한글 수업이 진행 중인 초등3반 교실에서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동안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시멘트 가루가 흩날리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샛별야학 학생들이 학교 이전 후 첫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새롭게 마련된 책상에 연필과 지우개 등을 올려놓은 채 교사가 읽어 주는 교재를 한 단어씩 따라 읽거나 서툰 글씨를 직접 써 내려갔다.

운영난 겪던 부산 대표 야학교
사상구청·의회·이웃 도움으로
17일 덕포동 새 교실서 개소식
엘리베이터 있어 안전하게 등교
70대 만학도 “공부할 맛 난다”
학교 이전 소식에 6명 새로 입학


지난 7일부터 약 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이전작업을 시작한 샛별야학 측은 지난 17일 한 주상복합건물 4층, 약 300㎡ 공간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하고 ‘이전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여운철 사상구청장 권한대행, 조병길 사상구의회 의장 등 사상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샛별야학에 500만 원을 지원한 '기부 천사' 박태석 씨(58) 등 40여 명의 손님도 찾았다.

이날 새로 얻은 건물에서 처음 수업을 받은 샛별야학 학생들은 시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예전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3층까지 오르내리던 학생들은 엘리베이터가 생겨 등교가 편해졌다며 기뻐했다. 샛별야학의 한 교사는 “기존 건물의 경우 어르신이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 위험이 컸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뿌듯한 변화”라고 말했다.

중등반 수업을 듣는 70대 학생 정태선 씨는 “수업 환경이 좋아지니 학생들 얼굴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 “교실환경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다 같이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5년째 샛별야학에 다니는 김명자 씨도 “학교를 옮기기 전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관절에 무리가 갈 정도로 너무 버거웠지만 지금은 이동이 편리해 공부할 맛이 난다”면서 “고등반을 졸업하고도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샛별야학의 건물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새로운 학생들과 교사도 속속 학교를 찾고 있다. 샛별야학에 따르면 최근 학교 이전 소식을 들은 학생 6명이 입학했다. 또 최근 샛별야학의 어려움을 알게 된 교사 지원자 1명도 새롭게 야학 식구가 됐다. 학교 측은 동구 범일동에 사는 학생이 멀리서 찾아오는 등 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 학생들이 늦게나마 배움에 뜻을 갖고 달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샛별야학 교장은 사상구청, 사상구의회의 지원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관심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지역사회에서 많은 분이 연락을 주시는 덕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서 “앞으로도 학생들이 공부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나웅기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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