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대항할 수 있는 좋은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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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웅 ‘라이브엑스’ 대표

아내가 일을 버거워한다면? 상남자처럼 “그만둬. 내가 우리 식구 하나 못 먹여 살리겠냐”고 큰소리칠 수도 있다. 혹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자”며 위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에서 잔뼈가 굵은 스타트업 대표는 달랐다. 아내의 어려움을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했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주)라이브엑스 송정웅 대표는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부근에 부산에서 처음 시도하는 공유미용실 ‘위닛(WENEED)’ 해운대 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2호점으로 경성대점을 최근 오픈했다. 공유자전거, 공유사무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이 있지만 미용실은 매우 이례적이다. 송 대표가 부산의 대표 제조 스타트업인 ‘소셜빈’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그렇다.

부산서 공유미용실 2호점까지 개점
미용 일하던 아내 돕다 스타트업
골목 소형 미용실과 상생 모델 구상

해운대 본점의 경우는 160평 규모이며 참여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13명이다. 근무일과 근무시간 등을 헤어 디자이너가 직접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송 대표는 “아내가 미용 관련 일을 하는데 처음에는 보수가 형편없더라”며 “하루에 10시간을 넘게 일해도 많은 부분을 미용실에서 가져가고 디자이너가 가져가는 몫은 매우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서 아내가 택한 것은 창업이었다. 하지만 창업 후에도 디자이너의 삶을 버거웠다. 송 대표는 “아내가 디자이너로서 서비스도 제공해야 하고, 미용실 운영에도 집중해야 하니 쉬는 날이 없더라”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창업을 하면 사장이 되는 건데 여기에 따른 운영을 배운 적이 없어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내의 어려움을 직접 접하고 시장 조사를 해보니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해 폐업하는 업체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송 대표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개인 미용실을 차려야 하지만 매장 운영을 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틈틈이 교육 기회까지 얻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더라”며 “위닛은 헤어 디자이너는 일정액 수수료만 내고 미용 활동에만 전념하게 하고, 나머지 마케팅과 위생관리, 자체 아카데미 운영, 약품 관리와 부대시설 제공 등을 모두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좋은 일도 있었다. 본점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 한 분이 1주일가량 여행을 떠난 것이다. 송 대표는 “공유미용실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분들도 ‘워라밸’이 가능하다는 점을 늘 강조했는데 딱 맞는 사례”라며 “기존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공유미용실 위닛의 소문이 알려지자 한계 상황에 몰린 골목 미용실 디자이너들이 위닛으로 몰려오기도 했다.

송 대표는 골목 소형 미용실과 상생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비록 한 명의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라고 하더라도 샴푸실, 대기실 등 필요한 공간이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공유경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대변되는 규모의 경제와 대항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골목상권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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