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유방암 환자… 조기 발견만이 가슴 살릴 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여성 암 1위 유방암, 진단과 치료법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25만 4718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암 발생 수를 보면 남성은 전년 308.7명에서 308.1명으로 0.6명 감소한 반면, 여성은 290.8명에서 297.4명으로 6.6명 증가했다. 여성이 많이 걸린 암은 유방암이 1위였고,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순이었다.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등 주요 암들의 발생률이 최근 10여 년간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유방암의 발생률은 2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발병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유방암 발생률 20년간 증가세
만혼·저출산 3040 환자 급증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기본
대부분 유방절제술 불가피
0~1기 환자 흉터 최소화 가능


■30대 ‘젊은 유방암’ 증가세

유방암은 유방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세계 여성암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 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암으로는 1위, 남녀 통틀어서도 5번째로 많이 발병한 암이다. 2019년 한해 2만 4000여 명이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여성 18명 중 1명이 유방암 환자다.

특히 대부분의 암이 노년층에 접어들수록 발생률이 상승하는 데 비해 유방암은 발병 연령대가 갈수록 젊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은 4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이어 50대, 60대, 30대, 70대 순으로 집계됐다.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가 대부분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 여성들의 경우 폐경 전인 30~44세 구간에서 유방암에 걸리는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출산율 저하, 수유 기피,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좋은문화병원 유방센터 유동원 소장은 “유방암은 4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 20~30대에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젊은 여성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늦은 결혼과 낮은 출산율 등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율 높지만 절제 수술 불가피

결혼 전이나 신혼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로서도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치료율이 높고, 치료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유방암은 림프절 전이가 없고 종양 크기가 2cm 미만인 1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5년 이상 생존율이 98.3%에 달한다. 2기와 3기 역시 각각 91.8%, 75.8% 수준이다. 전체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율이 70.7%인 것을 감안하면, 예후가 꽤 좋은 편이다.

유방암은 발병 원인에 따라 A, H, B, T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과증식으로 발생하는 A형은 전체 유방암의 7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H형은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의 과증식이 원인이 된다. 여성호르몬과 인간표피성장인자 두 가지 원인이 모두 작용하면 B형이 되고, 두 요인 모두 음성일 경우 T형(삼중음성 유방암)으로 분류한다.

유방암은 원인과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 하는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 3가지가 기본이다. 환자 대부분은 부분이 됐든 전체가 됐든 유방절제술을 해야 한다. 항암제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는 아직은 한계가 있어 암의 원 발병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 소장은 “유방암 수술을 하게 되면 암 조직 뿐 아니라 암 주변 조직 중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안전 마진까지 포함해 절제하게 된다”며 “안전 마진을 충분히 확보하면 피부와 조직 결손이 심해지고, 너무 작게 확보하면 재발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황금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시경 수술로 자연 가슴 보존

당장에야 암을 치료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젊은 환자들의 경우 아무래도 수술 후 가슴 모양도 크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최근의 유방암 수술은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절제와 그에 따른 흉터를 최소화해 유방 외형을 최대한 살리는 심미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게 트렌드다. 암 진단으로 상처 받은 가슴을 수술로 또 한 번 상처 주지 말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다. 가슴을 직접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유륜 주위나 겨드랑이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 장비를 넣어 수술을 진행한다. 절개 부위가 작아 흉터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과다출혈 위험과 수술 후 통증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 소장은 “로봇의 경우 고가 장비인데다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아 통상 내시경을 이용한 유방암 수술이 많이 활용된다. 0~1기 환자에 대해 내시경 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데, 0기는 최적이고, 1기는 적용 가능성이 반반이다. 보형물 이식을 통한 가슴 확대 성형도 병행할 수 있어 미용적 측면에서도 젊은 여성 환자들의 수술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소중한 생명, 아름다운 가슴 두 가지를 모두 살리려면 암을 얼마나 일찍 발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유방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정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물(피부가 곪으면서 안이 부어올라 딱딱하거나 말랑하게 만져지는 증상)이 만져져서 유방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30%고, 그 외 유방 통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10% 내외쯤 된다. 별다른 증상이 없이 방치하다가 정기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게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35세 이하는 월 1회 자가 검진을 실시하고, 40세 이하는 2년에 한 번, 40세 이후에는 매년 병원을 방문해 유방촬영술 등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의사들은 권고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