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가장 안 좋은 서울 마트만 ‘방역 패스’ 면제… 신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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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논란을 빚은 방역 패스가 잇달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등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방역 패스가 집행 동력을 잃을 경우 방역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방역 패스 효력을 멈춰 달라며 법원에 제출된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6건이다. 법원은 이 가운데 3건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학원·독서실, 행정4부는 서울 지역 대형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되는 방역 패스 효력을 정지했다. 감염 상황 등을 따졌을 때 방역 패스가 미접종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주된 판단의 요지였다.

재판부마다 위법성 달라 혼선
신청 3건 중 2건 효력 정지 판단
정부, 17일 타 지역 유지 여부 발표
거리 두기 강화 조치 불가피 전망
소상공인 고통 장기화 우려도

반면 같은 법원 행정13부는 혁명21 대표 황장수 씨가 대형 상점·마트·백화점에 방역 패스를 적용한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신청을 기각했다. 행정13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결정을 안내한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 패스 적용조치의 처분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역 패스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를 재판부마다 달리 본 셈이다.

특히 엇갈린 법원 판정으로 상점·마트·백화점 방역 패스의 경우 서울에서 효력이 정지되고, 나머지 지역에선 효력이 유지되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졌다. 감염 상황이 가장 안 좋은 서울만 정작 방역 패스가 면제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은 17일 서울 외 지역의 상점·마트·백화점 등의 방역 패스 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방역 패스는 각종 논란과 법원의 제동으로 정책 신뢰성을 잃고 동력을 상실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방역 패스가 흔들리면 방역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미접종자들은 감염 위험성이 커 이들의 시설 출입 제한은 추가 감염자를 막고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예방효과가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18세 이상 성인 인구의 5.5% 미접종자에서 전체 확진자의 30% 가까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성은 접종 완료자의 10배 가까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6일 방역 패스가 대폭 확대된 뒤 국내 감염 확산세가 꺾여 방역 패스의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방역 패스 동력 상실이 결국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역 패스로 기대됐던 방역 효과를 영업 시간 제한이나 사적 모임 통제 등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칫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의 고통이 길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는 대형 상점·마트·백화점 방역 패스는 소상공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떨어진다. 이미 성인의 90% 넘는 이가 접종완료자인 만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방역 패스보다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패스는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다”며 “(방역 패스가 후퇴하면)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좀 더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준영·김백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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