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수도계량기 사용량 ‘0’… 서구 70대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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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지 사흘 정도 지난 뒤 발견됐다. A 씨의 수도계량기는 2주 넘게 사용량이 ‘0’으로 찍혀있었다. 보름간 일상생활이 멈췄지만, 그동안 A 씨를 들여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6일 서부경찰서와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1시 16분 경찰은 서구 암남동의 한 주택에서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일주일 넘게 A 씨가 안 보여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문 근처에 A 씨가 쓰러져 있었다”는 건물 관리소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청서 방문 서비스 파악 중
사망한 지 사흘 만에 발견
“복지 사각 개선 시급” 목소리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직업 없이 혼자 셋집에서 살다가 간경화 등 질병으로 숨졌다. 경찰은 외상이 없고 약 10일 전 외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 부패 정도 등을 토대로 A 씨가 약 사흘 전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A 씨는 수년 전부터 오피스텔 월세방에 혼자 거주했다. 이 건물에는 약 40가구가 살고 있지만, 그가 숨질 때까지 이웃 주민들은 그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같은 건물 거주자는 “돌아가셨는지도 몰랐다”며 “고인은 이웃들과 교류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확인한 A 씨의 수도 사용량은 마지막 검침일인 지난달 27일 이후 줄곧 ‘0’에 머물렀다. 요리나 세탁 같은 일상생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집 내부에서도 생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부엌에는 최근 음식을 조리한 흔적이 없었고, 세탁기에도 먼지만 수북했다. 거실에는 빈 물병 6개, 옷과 재활용 물품이 뒤섞여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 상인 B 씨가 지난달 말 A 씨를 행정복지센터에 A 씨를 노인 맞춤형 복지서비스 대상자로 신청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구청과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B 씨 신청 이후 몇 차례 현장을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아 A 씨를 만나지 못했고, 지난 12일 복지관 직원이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 A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B 씨는 “A 씨가 김밥 한 줄과 작은 물 두 병을 사간 게 마지막이었는데, 얼굴이 까맣고 몸이 삐쩍 말라 보였다“며 “외부활동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은 복지서비스를 잘 모르기 때문에 복지시스템이 개선되길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복지서비스는 원칙적으로 대상자가 동의해야 가능하다”며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독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이상징후를 알아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나웅기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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