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곳에 달하는 촬영지… 도시 전체가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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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부산이 영화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자갈치시장 일대에서 ‘블랙 팬서’를 촬영하는 모습(왼쪽부터), 센텀시티에서 촬영된 ‘신과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중앙동 충장대로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촬영하는 모습, 부산대영화연구소의 <부산 영화촬영지 답사기> 표지. 부산일보DB·부산대영화연구소 제공

부산은 일 년 내내 영화가 촬영되는 곳이다. 꼭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가을이 아니더라도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극장에서는 추억의 명화와 최근 상영작이 동시에 펼쳐진다. ‘영화의 도시’ 부산의 촬영지를 구석구석 돌아본 답사기가 출간됐다.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는 문관규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와 영화연구소 연구진을 포함한 총 15명의 필자가 참여한 <부산 영화촬영지 답사기>(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를 최근 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 책은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에서 발간한 10번째 학술총서이기도 하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10번째 학술총서
‘부산 영화촬영지 답사기’ 출간
나운규 발자취 담긴 원도심부터
단골 촬영지 떠오른 광안대교까지
영화 창의도시 가치 살핀 ‘영화 지도’


이들은 영화도시 부산 속 영화의 자취를 좇아 부산 전역을 살핀다. 이 책은 부산의 장소가 갖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탐구하는 동시에 영화 촬영 장소를 알리는 지도의 역할을 한다. 단순히 촬영지를 답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원로 영화인 김사겸 감독,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과 함께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도시 부산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부산의 영화 원적지로는 중구와 동구를 손꼽을 수 있다. 원도심 중구는 부산의 문화가 싹트는 공간이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촬영지이기도 한 40계단이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 손꼽힌다.

문관규 교수와 연구진은 김한근 소장의 도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제작사인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주요 활동 장소를 밝혔다. 당시 공식 숙소였던 영남여관(중구 영주동 619번지)은 영화사의 전설적 인물 나운규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생활했던 곳이다. 문 교수는 조선키네마주식회사와 영남여관이 있었던 자리를 잇는 골목을 ‘나운규 길’로 이름 붙이자고 제안한다.

동구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극장사를 살필 수 있다. 피란민과 공장 노동자의 유입으로 초량동, 좌천동, 수정동에 다양한 극장이 자리했다.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가 있던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 일대도 수많은 영화들이 다녀갔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하류인생’(2004) ‘실미도’(2003) ‘범죄의 재구성’(2004)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부산 영화의 중심지는 해운대구 센텀시티다. 남포동 일대에서 개최하던 BIFF가 영화의전당 개관 이후 센텀시티로 중심을 옮겨갔다. 인근 KNN 방송국 센텀광장에서는 1000만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2017)의 도입부 화재 진압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부산항은 범죄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 ‘베테랑’(2015)의 오프닝 시퀀스에 나온 남구 신선대부두는 ‘아저씨’(2010) ‘공작’(2018) 등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촬영지는 단연 광안대교다. 영화 ‘해운대’(2009)에서 무서운 쓰나미는 광안대교를 무너뜨리고,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블랙팬서’(2018)는 광안대교를 질주한다(김채희, 183쪽).

문관규 교수는 “특정 지역의 영화 촬영지를 속속들이 답사해 책으로 발간한 것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첫 사례일 것이다”며 “부산하면 영화제 도시로만 생각하는데,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의 1000여 곳에 이르는 영화 촬영지를 조명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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