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체육 미래는 나!] 2. 조정 전유찬·황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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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이자 경쟁자로 성장… “AG 금메달이 1차 목표죠”

지난해 연말 한낮 기온이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 강물은 두껍게 얼어 있었다. 꽝꽝 얼어버린 강물에 배를 띄우지 못한 조정 선수들은 강 바로 옆 실내연습장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노 젓기 리듬과 속도를 연습하는 로잉 머신(Rowing machine)에 오른 선수들의 머리와 등에서는 땀이 증발하며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실내연습장엔 똑같은 속도와 동작으로 로잉 머신을 당기는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기합 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두 명 한 조 ‘더블스컬’ 최강
‘싱글스컬’ 남중 1·2위 다퉈
입문 동기로 뗄 수 없는 단짝
하루 달리기 10㎞ 등 맹훈련
시합 준비 땐 40~50㎞ 노 저어
“AG 금 박현수 선배가 롤모델”

부산 출신 박현수(26)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정 경량급 싱글스컬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현수의 엄궁중 후배인 전유찬(16)과 황세웅(16)은 “현수 선배처럼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동계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전유찬과 황세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선수는 명지중 1학년 시절 신체 조건을 살핀 선생님의 제안으로 조정에 입문했다. 엄궁중으로 학교를 옮겨 본격적으로 조정을 시작한 전유찬과 황세웅은 두 명이 한 조인 ‘더블스컬’ 종목의 파트너가 됐다.

전유찬과 황세웅은 남중부 더블스컬의 최강자다. △2021년 전국소년체전 더블스컬 1위 △2021년 화천평화배 전국조정대회 더블스컬 1위 △전국조정선수권대회 더블스컬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1위를 독점하고 있다. 혼자 경기를 펼치는 ‘싱글스컬’ 종목에서도 전유찬과 황세웅은 나란히 1·2위를 달린다. 둘은 현재 조정 종목 청소년 국가대표에도 선발돼 유망주로 성장하고 있다.

전유찬과 황세웅은 조정의 매력을 ‘합’으로 정의했다. 전유찬은 “혼자 가는 싱글스컬도 재밌지만, 세웅이랑 함께 하는 더블스컬 종목이 더 뜻깊다”며 “둘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세웅이와 똑같은 속도로 노를 저어서 상대 선수를 제치고 나갈 때는 정말 짜릿하다”고 미소지었다. 황세웅은 “더블스컬은 유찬이와 함께 하는 종목인 만큼 유찬이 컨디션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유찬이와 함께 다른 팀 선수들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기쁘다”고 표현했다.

전유찬과 황세웅을 지도하고 있는 서유록 엄궁중 조정 코치는 “유찬이와 세웅이가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선수는 지구력과 체력 향상을 위해 매일 10㎞ 달리기를 빼놓지 않고 있다. 시합을 앞두고는 서낙동강에서 매일 40~50㎞씩 노를 젓는다. 서 코치는 “두 선수가 조정에서 꼭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매일 반복되는 힘든 훈련을 꾹 참고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려는 마음가짐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전유찬과 황세웅의 1차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박현수가 따낸 ‘조정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꼭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둘은 현재 3분22초인 더블 스컬(1000m) 최고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둘은 올해 나란히 부산체고로 진학해 조정 선수의 꿈을 이어간다.

서 코치는 더 많은 부산 청소년들이 조정에 관심을 가지길 희망했다. 서낙동강의 훌륭한 훈련시설과 부산시조정협회의 든든한 지원 속에 더 훌륭한 유망주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서 코치는 “부산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조정을 하기 위한 인프라와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며 “선수들의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좋은 선수를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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