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모순·불평등… 우리 사회에 내재한 문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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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한상원 외 7인

인류 역사를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눌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문명사에 특급 쓰나미를 몰고 왔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팬데믹 상황으로 생겨난 2020년 초. 공포와 불안의 정념은 때로 바이러스를 품고 온 외국인과 방역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촉발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불신도 초래했다.

그러나 공포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영업자, 콜센터 상담 노동자, 배달 라이더, 돌봄 종사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모순과 불평등의 빙산’이 전모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정치철학·여성학·종교학·역사학·한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오늘날 시민권과 관련된 다층적 쟁점들을 조명한 총서이다. 이들의 연구는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적 불평등, 인종차별적 혐오, 피난민과 이주민의 권리 등 오늘날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쟁점들과 연결돼 있다. 이런 쟁점들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드러났지만, 궁극적으로는 팬데믹 이전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문제들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팬데믹이 부각한, 그러나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던 한국 사회의 다층적 문제들을 ‘시민권’이라는 틀 아래에서 심층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들에 대한 즉각적·임시방편적 해결책 제시보다 문제를 야기한 역사적·철학적 조건들을 근본적으로 탐색하여 팬데믹 이후 새로운 시민권을 상상하고 있다는 점이 자못 흥미롭다. 한상원 외 7인 지음/후마니타스(주)/360쪽/1만 8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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