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대남’ 공약 넘치는 대선, ‘지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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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는 어디일까.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한 ‘지역’이 아니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최전선이다. 과거와 달리 대선후보들이 전국적 공약을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 쏟아낸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민의 삶에 중요한 정책 이슈는 실종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지역 선대위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거대 양당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과 SNS 등을 통해 내놓는 자극적인 전국구 공약만 요란한 상황이다. 각 캠프의 부산지역 공약도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지원 등 기존 사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SNS 등 디지털 플랫폼 활용
자극적인 전국구 공약 쏟아내
수도권 후보들 지방은 ‘관심 밖’
부산 공약도 기존 사업 ‘재탕’
지역민 삶 위한 정책 이슈 실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030세대 공략을 위한 디지털 선거운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탈모 치료 지원 공약에 “이재명은 심는 것”이란 폭발적인 반응으로 재미를 본 이 후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타투(문신) 합법화’ 등 수십 개의 소확행 공약과 부동산 공약 등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한 한 줄 공약으로 맞선다. 일곱 글자짜리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논란 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등의 짧은 공약으로 이슈를 만들어간다. 지역 조직이 약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을 공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선거운동 수단과 전략이 바뀌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유세가 극히 제한된 이유가 크지만, 수도권 유권자가 과반에 달하고 ‘수도권 엘리트 후보들’이 경쟁하면서 지역별 선거운동 필요성이 약해진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지지율이 요동치던 과거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중앙의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후보 자체의 흠결로 인해 국민적 관심이 분산되는 것도 정책 선거의 여지를 좁힌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로선 대선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가장 좋은 기회다. 대표적으로 2012년 대선에선 지역 해운·항만·수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양수산부 부활’을 부산시민 운동 차원에서 벌여 대선 막바지에 공약화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아직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올해 주요 대선후보들은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공약에 그치고 있다. 최근까지 언급된 부산 공약도 2030 월드엑스포 유치와 북항재개발 추진,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등 새로울 것이 없다. 물론 이들 사업이 부산 미래를 위한 최우선 사업이긴 하지만 미래 새로운 먹거리 산업 육성이나 낙후된 지역의 균형 발전 등 위한 구체적인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경부선 지하화 재추진을 들고나오면서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지역 선대위 활동도 예전만 못하다. 물론 시당 단위의 활동이 표심 공략에 여전히 중요하지만 ‘조직력’이 강조되던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도 이렇게 지역에서의 움직임이 조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후보 간의 공방과 중앙 이슈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 지역 선대위가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부울경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주요 정책 의제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지방의 기여가 저평가돼 자칫 지방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공약은 끝까지 묻힐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이지만 과연 어느 정당이 부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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