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통령 선거와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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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경제부 부동산팀장

최근까지 이어진 부산의 집값 급등은 2019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정확하게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시점부터다. 그동안 규제에 묶여 ‘사고 싶어도 못 샀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렸다. 강한 규제 정책을 펼치는 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언제 묶일지 모르니 살 수 있을 때 사자는 조급함이 작용했다. 마침 서울 지역 규제가 심해진 때였다. 수도권 투자자들이 부산을 비롯해 전국 지방으로 몰렸다. 그 흐름 속에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졌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돈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치는 치솟았다. 그 결과 10%가 넘는 역대급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나? 부산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수도권 집값 규제를 하지 않았어야 했나? 코로나19에도 돈을 풀지 말았어야 했나? 만약 지금 야당이 집권했다면, 앞선 조치들을 하지 않았을까? 장담하긴 어렵다. 누가 정권을 잡든 어느 정도의 집값 상승은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2년 동안 역대급 불장은 정책 오판 때문
집값 잡겠다는 과잉 대응이 오히려 불 붙여
대선 후보들의 화끈한 부동산 정책 독 될까 우려

그럼 정부의 실책은 무엇인가? 누구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크게 외치며 들어섰던 정부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무 번 넘게 부지런히 정책을 냈다. 하지만 이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 부동산 정책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압박감이 결과적으로 독으로 작용했다. 불을 끄겠다고 이전보다 더 많이 소방 호스를 갖다 댔지만, 각종 대책이 물 대신 기름을 뿌린 격이 됐다. 양도세 강화와 임대차 3법 도입이 대표적이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내놓으라면서도 양도세를 강화했다. 많은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했다. 시장에 매물이 안 나오니 가격이 올랐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2년 짜리 전세를 4년 살 수 있도록 했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내쫓고 실거주를 택하거나, 임대료를 올렸다. 전세가가 오르니 매매가도 올랐다. 불길은 더욱 치솟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집값 안정을 외친 정부일수록 집값은 더욱 올랐다는 것이다. 누구는 거칠게 풍선 효과에서 답을 찾았다. 집값은 우상향할 수 밖에 없는데, 과도하게 어느 구간에서 누르면 누른 힘만큼 더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으로 대변되는 보통 사람들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무모함 혹은 오만함이 초래한 불장이라는 분석이다.

집값이 오른다는데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정부는 없다. 반대로 집값이 내릴 때에도 정부는 손을 쓸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때로 돌아가보자. 2013년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했다. 건설업체의 부실이 우려되고, 땡처리 아파트들 때문에 멀쩡한 가격을 주고 산 이웃 아파트에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었다. 정부는 가격 상승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양도세도 면제하며 집을 사도록 독려했다. 정부는 공급 감소를 정책 기조로 삼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택지 조성 정책도 중단했다. 그 당시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그 여파로 현 정부 들어 공급 부족이 결국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시장에 개입한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부동산 정책을 잘 펼쳤다는 평가를 듣기 쉽지 않다. 집값은 항상 소득 수준보다 빠르게 오른다. 집값이 오를 때는 사고 싶지만 떨어지면 사기 두렵다. 이런 시장에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내겠다’는 호언장담이 두려운 이유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어김없이 자극적인 정책이 등장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에는 너나할것 없이 ‘반값’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부동산 민심을 의식해 화끈한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

좋은 부동산 정책이라면 예측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정도가 아닐까? 급등이나 급락 없이 심심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내 소득으로 언제쯤 집을 살 수 있을지 계획이 가능한 시장 말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런 목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부동산 정책은 비슷할 겁니다. 누가 집값을 올리고 싶겠습니까? 떨어지면 또 가만히 있겠습니까? 정치인들은 부동산 시장의 ‘먹튀’에요.” 부동산 업계에 있는 한 지인의 이야기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그에 따라 시장이 출렁이는 현상에 대한 냉소였다. 정책의 선의를 생각하면 ‘먹튀’라는 표현이 심하다 싶다가도, 혼란을 생각하면 점잖은 축에 속한다 싶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시장은 등락을 거듭할 것이다. 과잉으로 대응하면 시장 혼란이라는 표식이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매몰된 선거는 위험하다. 선의를 가장한 포퓰리즘, 비판의 목소리만 높고 알맹이는 없는 정책 모두 경계한다.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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