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았을 뿐인데 천년의 지혜가…합천 대장경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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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대장경 천년관의 대장경 전시실에서는 360도 3D 랩핑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대장경 신비실은 대장경 기록 과정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해인사 장경판전의 건축기술을 알려 주는 대장경 보존과학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류동 계곡 물이 흘러내리는 대장경폭포. 기록문화관 옆에 설치된 이재효 조각가의 작품. 테마파크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천년의 숨결 고려대장경’ 조형물. 기록문화관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여름’ 공간에는 반딧불과 은하수가 빛난다.(위)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발달사를 담고 있는 ‘新왕오천축국전’ 전시실.

겨울방학이다.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코로나 때문에 멀리 떠나는 여행은 부담스럽다. 아이들과 다녀올 만한 당일치기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경남 합천 ‘대장경 테마파크’가 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기록 문화’를 주제로 한 체험학습 공간이다. “역사 관련한 곳이면 지루한 곳 아니야?”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아이도 어른도 재미있게 놀면서 팔만대장경을 배울 수 있다. 최소 반나절 이상 시간을 보내게 되니 오후 늦게 도착하지는 말자.

만지고 놀면서 배우는 대장경
놀이공원 영상부터 퀴즈까지
쉽게 접하는 대장경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이운’ 행렬 압권
5D 영상으로 체험하는 대장경 이야기도

■대장경의 모든 것 ‘대장경 천년관’

노란색 관람 화살표를 잘 따라가면 모든 전시실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다. 대장경 천년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대장경 전시실’이다. 360도 원형 돔에 인청동으로 간행한 동판대장경이 꽂혀 있다. 그 위로 입체적인 3D 랩핑 영상이 쏟아진다. 그 공간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팔만대장경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전시실은 ‘대장경 로드실’. 붓다의 깨달음이 경전으로 기록되는 과정과 경전이 우리나라로 전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대장경 신비실’은 대장경 기록 과정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경판을 옮겼던 이운 행렬도 펼쳐진다.

“목재로 만든 팔만대장경이 어떻게 천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장경 보존과학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의 건축 기술을 알기 쉽게 풀어 놓았다.

‘대장경 이해실’은 인터랙티브 디지털 아이템을 통해 대장경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곳이다. 경전을 직접 읽고 녹음해서 들어볼 수 있고, 모래로 경전문구 필사를 해볼 수 있다. 블록 조각으로 노는 블록아트월, 그림퍼즐 맞추기, 대장경 OX 퀴즈 윷놀이 코너도 있다.

이이남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 ‘천년의 합창’은 대장경의 지혜를 1000개의 디지털 불상으로 재해석했다. ‘어린이 대장경’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동물 그림을 색연필로 색칠해서 스캔하면 벽에 걸린 스크린 속에서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내 동물’이 걸어 다니는 모습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기록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록문화관’

기록문화관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기록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동작 따라하기, 세계의 문자를 따라 쓰고 스크린에 띄우기, 악보를 기록하고 연주하기 등 평소 접해 보지 못한 체험거리가 계속 이어진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활용한 ‘新왕오천축국전’ 전시실은 우리나라 기록문화 발달사를 담고 있다. 디지털, 빛, 영상을 활용한 입체적 전시물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3층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이다. 반응형 IT 기술을 접목해 환상적인 빛공간을 연출한다. 팔만대장경 ‘이운’을 사계절로 표현했다. 이운 행렬의 시작인 ‘봄’ 공간에는 색색 꽃이 화려하게 피고 나비들이 날아오른다. ‘여름’의 이운 행렬은 반딧불과 은하수가 밝게 비춘다. 벽에 나타나는 행렬 그림을 터치하면 선명한 옷이 입혀지고 반딧불이 흩어진다.

1398년 이운 행렬이 합천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가을겨울’에는 붉은 단풍잎과 눈발이 날리고 상쾌한 바람이 인다. 홍류동 계곡의 푸른 물줄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을 준다.

마지막은 풍등의 방이다. 팔만대장경 이운은 1399년 종착지인 해인사에 도착한다. 무사 이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풍등 조명으로 연출했다. 풍등이 둥둥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모습에 발걸음이 한참 머문다.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아이들 놀이공간인 판타스틱 월드에서는 손과 발로 영상을 터치하는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 대상 만들기 체험실도 있다. 팔찌, 인경, 포일아트, 연 만들기 등 체험 내용은 그때그때 바뀐다. 입장권이 있어야 하니 잘 챙겨둬야 한다.



■실감나는 5D 입체 영상 ‘대장경 빛소리관’

대장경 빛소리관은 입체영상관이다. VR 체험존과 5D 영상 극장이 있다. VR 체험존에서는 1인 1회, 아찔한 롤러코스터나 헬리콥터 비행 등 VR 시뮬레이터를 즐길 수 있다.

빛소리관의 메인은 5D 영상이다. 360도 입체영상 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대장경을 주제로 만든 ‘천년의 마음’을 상영한다. 눈앞을 스치는 화살, 몰아치는 바람, 쟁쟁하게 귓가를 울리는 소리 등으로 대장경 탄생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상영 시간은 10분이며 30분당 1회 운영한다.

전시관뿐 아니라 야외공간도 넓고 알차다. 기록문화관 옆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이재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천년관 앞은 투호, 원반 던지기, 활 쏘기 등 민속놀이 마당이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대장경폭포’의 얼어 있는 물줄기도 볼거리다. 폭포를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두 개의 롤미끄럼틀이 나온다. 각각 길이 25m·40m로 ‘돌돌’ 타고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폭포 위쪽에는 공군 항공기(F-86F) 한 대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대장경 테마파크에 항공기라니, 의아한 마음이 들지만 이는 김영환 장군을 기리는 뜻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김영환 장군은 공비 소탕을 위해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끝까지 거부해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지켜냈다.

물레 체험과 핸드페인팅을 체험할 수 있는 도예체험관과 그네와 그물이 있는 야외 놀이터도 있다. 그물 놀이터는 10세 미만만 이용 가능하다. 소원물고기에 소원을 써서 걸어 두면 이뤄진다는 ‘인연의 오작교’와 ‘천년의 숨결 고려대장경’ 조형물도 둘러보자. 뛰고 놀고 보고 만지고 즐기고 웃을 거리가 가득하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합천 여행 팁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대장경 테마파크’는 해인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해인사와 6km가량 떨어져 있다. 대장경 테마파크와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를 함께 둘러봐도 좋다.

대장경 테마파크는 동절기(11월~2월)에는 오전 9시~오후 5시, 하절기(3월~10월)에는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폐장시간 1시간 전에는 입장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엔 문을 열고 공휴일 다음 날 쉰다. 입구 바로 옆 주차장은 장애인·임산부 전용이며, 길 건너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초등학생 1500원이다. 합천군민과 미취학 아동, 국가유공자, 장애인, 한부모가족, 다문화 가족, 자녀 셋 이상 다자녀가족은 무료다. 소셜커머스에서 할인티켓을 살 수 있다.

아이를 동반했다면 안내데스크에서 교재 책자를 챙기자. 팔만대장경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관람하면 더 알찬 시간이 된다. 대장경 빛소리관과 기록문화관은 점심시간에는 운영하지 않으니, 점심 때 도착했다면 천년관을 먼저 관람하면 된다. 빛소리관 5D 영상 상영 시간을 먼저 체크해 두면 관람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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