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출판계 굿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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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열풍이 새해에도 거세다. 신년을 맞아 유통계와 연예계, 대중문화계, 출판계는 차별화된 굿즈를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굿즈(goods)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소비 촉진을 위해 고안한 판촉물 등 다양한 이벤트 기획 상품을 주로 일컫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엔 굿즈의 의미가 한층 확장되고 있다. 굿즈는 판촉용 상품이라는 본래 개념을 넘어 개인의 삶의 가치관, 지향하는 관심사를 보여 주는 메타포적인 소비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굿즈는 출판계의 전통적인 판촉 수단이었다. 월간지 12월호마다 가계부가 판촉용 굿즈로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잡지가 아니라 부록으로 주는 가계부를 갖기 위해 12월호를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최근 온라인서점을 방문할 때마다 갈수록 진화한 굿즈의 세계를 실감한다. 머그컵, 텀블러, 미니 가습기, 책갈피, 미니 담요, 쿠션, 매트, 베개, 펜홀더 등 아기자기한 도서 판촉물들이 책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굿즈 따위 구매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굿즈들이 무척 많다. 필자도 굿즈의 유혹을 비교적 잘 참아 내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때론 흔들린다. 온라인서점 홈페이지에 마련된 굿즈 구매 페이지에서 좋아하는 작가 이름을 새긴 연필 세트와 같은 희귀템 굿즈를 만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책상 위와 서재를 각종 출판계 굿즈로 장식하는 마니아들도 드물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출판사 마케팅부서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개성적이면서도 가성비 좋은 굿즈를 발굴하는 것이다. ‘킬러 콘텐츠’로 굿즈를 내세운 오프라인 서점들도 늘고 있다. 다른 곳에는 없고 오직 그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소장용 굿즈를 찾아 전국의 이름난 작은 서점을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굿즈가 단순히 소비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갈수록 진화하는 출판계의 굿즈 문화를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얼마나 책이 팔리지 않았으면…. 해가 바뀌었지만 출판계의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책 읽는 사람이 줄다 보니 출판계의 경영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굿즈에 대한 논란도 첨예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출판의 위기, 지성의 위기를 넘기 위한 간절한 아우성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출판계 굿즈 문화가 책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조금이라도 확장시키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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