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현재 넘어 미래 얘기… 인간 존재의 GPS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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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수 후강서원 원장

“고전은 판단 기준을 상실한 사회에서 천지분간할 수 있게 삶의 가치와 방향을 알려줍니다. 인간 존재의 GPS와 같습니다.”

금지수 후강서원 원장이 고전의 본질을 명쾌하게 전했다. 금 원장은 “고전 학습은 온고(溫故)로서 현재의 지식을 리뉴얼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라며 “마치 자동차 운행 중에 자주 거울로 뒤를 보며 확인하듯 인간의 길로 나가는 여정에서 돌아보는 안전 점검이며 행복한 전진을 위한 성찰의 기회”라고 했다.


부산 서면서 10년 넘게 옛글 전파
변호사회·노인복지관에서도 강좌
고전은 행복한 전진 위한 성찰의 기회

금 원장은 2011년 1월부터 10년 넘게 부산 도심인 서면에서 후강서원(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17 현동빌딩 402호)을 운영하며 시민을 대상으로 고전의 향기를 전파해 오고 있다. 후강서원(厚岡書院)에서 후강은 에 나오는 ‘후덕재물’(厚德載物·군자는 학덕을 두껍게 쌓아 인재를 양성하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과 에 나오는 ‘천보여강(天保如岡·하늘이 보우하사 산마루처럼 흥성하게 한다)’에서 유래했다.

“부산 도심에 울려 퍼지는 옛글(고전) 소리는 옛날 회귀가 아니라 현재를 넘어 미래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정체돼 있지 않고 미래로 나가는 과업이며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면서 더 나은 인간의 길을 고민하는 겁니다.”

금 원장은 후강서원에서 등 정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금 원장이 동학으로 일컫는 수강생들은 정치인, 행정가, 법조인, 금융인, 기업인, 의사,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하다.

등은 완독 기간이 3년에 달할 정도로 장기 강좌다. 강좌 중간 과정에 들어와도 수강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고전 속 문장이 개별적인 짧은 글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사서인 은 공자 사상과 관련된 사유체계입니다. 고전이 태동한 춘추전국시대는 평온한 시대가 아닌 헝클어지고 정의가 무너진 시대였습니다. 고전은 인간의 연결과 관계 맺음을 고민했는데 팬데믹 시대인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도덕적·독립적·선도적 사고를 하고 유연성, 겸손, 포용을 지닌 군자의 리더십을 통해 인간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강서원은 2018년 부산시교육연수원으로부터 특수분야 연수기관으로 지정됐다. 금 원장은 2011년부터 무료 강좌도 별도로 마련해 오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저녁 6시 30분 세 차례 열리는 ‘군자-선비 교실’이 대표적이다.

금 원장은 후강서원 외에 부산시변호사회,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10년 넘게 고전 장기 강좌를 이어오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고전을 공부한다면 자신에 대한 유불리가 아니라 옮음을 추구하는 심성과 덕을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 출생으로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그는 중국 푸단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원광디지털대학 중국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부산교육센터장을 겸임하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부전동에서 부산차이나문화중심 원장을 한 뒤 2011년 1월 후강서원을 열었다.

올 3월 대선을 앞두고 금 원장은 공자의 ‘위정이덕(爲政以德)’을 언급하며 “정치인들이 덕으로 하는 정치, 생의 정치, 더하는 정치를 펴고, 사특한 술수, 강압, 폭압으로 하는 사(死)의 정치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맹자의 ‘하필왈리(何必曰利)’를 예로 들며 “개인, 당파의 이익됨만을 말하지 말고 바름, 정의, 공정을 말하고 시대, 역사, 국가적 사명과 가치, 방향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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