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찰서장 주민 직선제 논의할 때” vs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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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의 본질을 살리고 온전한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찰서장도 주민이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군 단위 경찰서에서도 적극적인 자치경찰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인데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경찰서장 직선제를 각 당과 후보자에게 대선 공약으로 제안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6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서장도 시민이 뽑아요’라는 토론회를 열어 경찰서장 직선제 도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토론회는 서영교·박재호·서범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통령 자치분권위원회가 후원했다.

“경찰, 시민 눈으로 일하게 될 것”
시장군수구청장협, 정치권에 제안
자격·지역 유착·전문성 등 논란
일선 경찰관 “시스템 혼란 초래”

황명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논산시장)은 “시장, 구청장, 군수는 시민 안전이 위협당해도 학교 앞 횡단보도나 신호등 하나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직선제를 실시하면 경찰서장과 경찰은 아이들, 시민들, 어르신들 눈을 보고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바뀐 것이 한국 사회에서 혁명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경찰서장 직선제를 이제 논의할 때가 됐다”며 “교육감 직선제도 처음 할 땐 논란이 있었지만 해보니 더 낫지 않았느냐”고 전했다.

시민과 보다 가까운 경찰로 거듭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실제 도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찰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도 문호를 개방할지, 아니면 현직 또는 전현직 경찰관에 국한할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현행 임명제가 경찰과 지역사회의 유착, 부정부패 등을 견제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이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민·관·경 협의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지역치안협의회를 강화하면 취지를 충분히 살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미흡한 수준인 현재의 자치경찰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에 완전히 정착시킨다면 그때 경찰서장 직선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영국 등 해외를 보면 유사한 사례가 있지만 이들은 경찰의 규모와 토양 자체가 다르다. 직선제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으나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인사 시스템 전반에 혼란을 불러온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부산의 한 고위직 경찰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시민이 아닌 공천권자의 눈치만 볼 공산이 클 것”이라며 “인기 투표로 전락하거나 번호만 보고 사람을 찍는 형태로 선거가 이뤄진다면 경찰 조직 자체가 힘을 잃고 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장과 함께 러닝메이트 형태로 운영한다면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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