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탄 첫 한국인 배우 오영수 “세계 속의 우리? 이젠 우리 속의 세계!” (종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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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배우 오영수(78)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인 배우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건 처음이다.

오영수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징어게임’1번 깐부 할아버지
TV시리즈 부문서 남우조연상
보수적인 영화상 관행 깨고 수상
‘기생충’‘미나리’도 못 이룬 성취

이달 초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고 있는 오영수는 시상식에 참석하진 못했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오영수의 이번 수상은 2020년 ‘기생충’과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당시 두 작품은 영어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란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분류됐다. 지난해까지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이었던 골든글로브의 성향을 볼 때, 이번 낭보는 초유의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인 배우가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1944년생인 오영수는 60년 가까이 무대를 지킨 잔뼈 굵은 대학로 원로 배우다. 1963년 극단 광장에 입단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2003년 영화 ‘동승’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 등에도 출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백인 위주의 보수성을 끝까지 보인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받은 건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라며 “우리 배우들이 세계 영화계에서 활약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배우 오영수 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이고, 이번 수상 쾌거에 대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앞세운 ‘K문화’가 더 큰 미래 가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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