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에 테이저건·뒷수갑… ‘폭력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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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용의자를 쫓던 경찰 10여 명이 부산에서 무고한 시민을 용의자로 착각해 덮친 뒤 테이저건을 발사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온라인 민원 창구 국민신문고에 ‘일반인에게 무차별적 테이저건을 쏘며 제압한 형사들, 도와주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부산에 사는 30대 남성 A 씨의 가족으로, 게시글에서 “다수의 경찰이 남편의 목을 조르고 발길질하는 등 무차별한 폭행을 가했다”, “경찰은 남편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테이저건을 쏘며 제압을 했다”고 했다.

강력범죄 용의자 쫓던 경찰 10여 명
부산역서 30대 남성 범죄자 오인
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 무차별 폭행
피해자 가족, 국민신문고에 글 올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5일 오후 11시 50분께 부산역 역사에서 외국인 강력범죄 용의자를 쫓던 경찰 10여 명이 A 씨를 용의자로 오인해 제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는 A 씨를 무작정 덮친 뒤 테이저건까지 발사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기본 수칙인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부산행 기차에서 내린 A 씨를 용의자로 착각하고 뒤에서 덮쳤다. 이후 대기 중인 경찰 10여 명이 합세해 A 씨의 목을 조르고 발로 밟는 등 폭행했다. 이어 경찰은 A 씨의 팔과 하복부 등에 테이저건을 쏴 기절시킨 후 뒷수갑을 채웠다.

몇 분 후, 정신이 든 A 씨가 “왜 이러시냐”, “살려달라”고 말하자 경찰은 A 씨가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그제야 신분증을 요구했다. 경찰은 A 씨의 한국 국적을 확인하고 “미안하다”며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당시 부산역 CCTV 영상에는 경찰이 서 있던 A 씨의 목덜미를 잡고, 놀라서 빠져나가려던 A 씨를 6~7명이 둘러싸고 발로 밟는 등 제압하는 장면이 찍혔다. A 씨에 따르면 CCTV 사각지대에서도 폭행은 계속 이어졌다.

A 씨는 이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를 진단받고 입원했다. A 씨는 현재까지 정신적 충격 등으로 정신과 심리상담을 이어가고 있는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경찰들은 전북 완주경찰서 소속으로, 당시 10일간 용의자를 장기 추적하던 중 용의자가 부산에 있다는 첩보를 받고 검거를 위해 부산역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A 씨는 경찰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잘못한 일도 없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는데, 다음날 몇 차례 연락 온 것 이외 이후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이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안 증세가 나타나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트라우마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최소한의 인권 보호도 없이 폭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나 같은 무고한 피해자가 더 많을까 우려스럽다”며 “합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주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인상착의를 보고 용의자로 오인해 생긴 일”이라며 “급박한 상황에서 A 씨가 도주하려는 것으로 보고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사과는 했고, 피해자가 원한다면 피해 보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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