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골든 비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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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새삼스럽게 ‘골든 비자’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골든 비자는 고급 주택을 사거나, 고액을 투자하거나, 많은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할 경우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도 갈 수 있다.

나라마다 골든 비자를 주는 조건은 다르지만 투자 금액은 대개 3억~10억 원 안팎 정도로 좁혀 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처럼 수십억 원을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나라도 있다.

골든 비자의 효력은 나라마다 다르다. 도미니카, 몰타, 터키 등은 특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바로 시민권을 준다. 캐나다, 미국 등은 영주권을 허용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민권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골든 비자를 얻은 다음 굳이 그 나라에 가서 살지 않아도 된다. 스페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여러 나라에서 골든 비자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나라가 많지만 독일, 영국처럼 경제적 어려움과는 거리가 먼 나라도 있다. EU 국가의 골든 비자를 얻게 되면 다른 EU 회원국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보다 더 인기를 얻고 있다. EU의 자료에 따르면 골든 비자를 목적으로 EU에 투자되는 돈은 해마다 30억 유로를 넘는다.

골든 비자 업무를 대행해주는 ‘겟 골든 비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올해는 골든 비자 투자 금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어 하는 제3세계 국가 부자들의 이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골든 비자 발행국가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이다. 맑고 푸른 바다를 접하고 있는데다 물가가 싸고 혼잡하지 않은 게 장점이다.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해 1만여 명이 골든 비자를 신청했고, 그리스는 9500여 명으로 그 뒤를 따랐다.

골든 비자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이 가장 많다. 또 골든 비자의 경제적 효과가 실제적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골든 비자가 돈 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든 비자를 가장 많이 애용하는 사람은 중국인과 러시아인이다. 2007~16년 사이 중국인 10만 명이 여러 나라에서 골든 비자를 얻었다. 자국에서 큰돈을 번 부자들이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골든 비자를 확보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었다. 우리나라도 골든 비자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인터넷에는 골든 비자 관련 글이 넘쳐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골든 비자를 가진 사람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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