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업·예술 ‘융합’… 미래형 미술관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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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울산시립미술관 가 보니

문화도시 울산을 담아내는 ‘미래형 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1997년 울산광역시 출범 25년 만에 첫 공공미술관이 탄생한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6일 개관식을 갖고 7일부터 전시 관람을 시작한다. 동해선 2단계가 개통하며 부산과 더 가까워진 울산. 직접 동해선을 타고 울산시립미술관에 미리 가봤다.


동헌-미술관-객사터 연결 구조
기술·자연 공존 넘어 수평적 융합
울산광역시 출범 첫 공공미술관
동해선 개통… 부산도 접근 좋아

울산시 중구 북정동에 위치한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문화의거리와도 이어져 있어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미술관 건물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왼쪽에 위치한 울산동헌과 높이가 맞춰지는 형태이다. 미술관을 설계한 가가건축사사무소 안용대 소장은 “울산동헌과 향후 복원될 울산객사터 두 문화재 사이에 들어가는 건축물이라는 점에 집중했다”며 “미술관 야외 전시마당이 동헌-미술관-객사터를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미술관 건물은 경사진 땅을 그대로 이용해 지상 2층, 지하 3층으로 구성된다. 매표소·교육실 등이 있는 지하 1층이 주 출입구가 된다. 메인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1·2전시실은 지하 2층에 있다. 지상 1층에는 3전시실과 다목적 홀, 아카이브 공간 등이 위치한다. 미술관 입구에는 카페 등 시설을 갖춘 편의동도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후발주자인 만큼 타 지역 미술관과의 차별화를 주요 전략으로 세웠다. 미디어 아트 중심의 미래형 미술관,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기술·산업과 예술의 조화를 모색한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은 “미래지향적 확장적 기술 매체를 다루는 미술관으로 다른 곳에서는 못 보는 오감체험형 전시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방향성은 개관 전시에서도 잘 드러난다. 14개국 7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총 5개의 전시를 준비했다.

개관특별전 ‘포스트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는 산업화의 도시 울산에서 출발한다. 기술·자연의 공존을 넘어 기술·자연의 수평적 융합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백남준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를 비롯 카미유 앙로, 김아영, 얀 레이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알렉산드라 피리치 ‘테라폼’은 생태를 상징하는 설치 작품에 유럽 각국에서 온 퍼포머의 공연이 결합된 작품으로, 한국 초연작이다. 히토 슈타이얼의 대형 미디어 설치작업도 국내 전시로는 처음 선보인다. 태국 르엉싹 아누왓위몬의 ‘환생’은 멸종된 나무를 멸종지의 흙으로 다시 구워서 재생했다. 백정기 ‘촛불발전기: 부하기’는 촛불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유정란이 들어있는 부화기를 작동시킨다. 울산 출신 장종완 작가의 대형 회화는 양 옆에 작은 귀가 달린 모습으로 작품 전체가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XR랩은 가상·증강·혼합현실을 아우르는 확장현실을 다루는 실감 미디어아트 체험 전용관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는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탐벨리니는 1960년대에 백남준과 같이 TV와 비디오를 예술매체로 처음 사용한 작가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라는 작품 속 블랙은 생명의 근원이고, 라이트는 그 속에서 움직이는 에너지를 상징한다. 3전시실에서 열리는 김다움·추미림의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은 어린이를 위한 전시다. 어린이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울산동헌을 배경으로 울산을 상징하는 다양한 오브제를 직접 배치하면서 스스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전을 준비하며 미술관 밖으로 전시공간을 확장했다. 소장품전 ‘찬란한 날들’과 포트폴리오 리뷰 선정작가 전시 ‘대면_대면 2021’은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 내 옛 울산교육연수원(방어진중학교)에서 열린다. 서 관장은 “미술관의 기능이 중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울산 전 지역과 문화생태학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폐교의 교실과 강당 등을 드나들며 전시를 감상하는 느낌이 독특하다.

‘찬란한 날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66개의 TV 모니터로 구성된 백남준의 ‘거북’이다. 암막 커튼을 친 강당 안에 놓인 작품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문경원&전준호의 ‘이례적 산책-황금의 연금술’, 이불의 거대한 벌룬 작업, 202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김윤철의 ‘크로마’ 등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29점을 만날 수 있다. ‘대면_대면 2021’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부울경 신진작가 24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부산 작가로는 박자현, 김수, 엄정원, 조정현, 이재균, 이창진 등이 참여한다.

‘포스트네이처’ ‘찬란한 날들’ ‘대면_대면 2021’은 4월 10일까지, ‘블랙 앤드 라이트’는 4월 17일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전시는 5월 8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동해선을 이용해서 울산시립미술관에 가려면 동해선 태화강역에서 내려 시내버스 108번, 133번 등을 이용하면 된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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