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바다’에 빠진 난민들… 스페인서만 4400명 실종·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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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카나리아 제도 해상을 표류하다 스페인 당국에 구조된 난민(왼쪽)과 같은 달 카나리아 제도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 보트. EPA연합뉴스


지난 한 해에만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건너가다 바다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된 난민이 44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의 2배가 넘는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스페인 비정부기구 ‘카미난도 프론테라스’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스페인으로 건너오려다 사망하거나 실종된 난민이 총 440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어린이 205명도 포함돼 있다. 2020년에는 사망·실종자수가 2170명이었는데,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아프리카서 스페인 가려다 봉변 2020년 비해 지난해 배나 증가
90% 조악한 난파선에서 발생
교황, 국제사회 적극 대응 촉구

이 수치는 난민 지원 핫라인과 이들 가족 등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추산된 것이다. 지난해 사망·실종자의 90% 이상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던 난파선 124척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난민들이 이용하는 경로가 더 위험해진 데다 이들이 탄 보트가 조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2019년 이후 유럽 남부 해안의 경계가 강화돼 지중해 루트가 막히면서 북아프리카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이어지는 대서양 경로를 택하는 난민들이 늘었다. 하지만 최단 경로인 모로코 해안~카나리아 제도만 해도 100㎞ 이상 떨어져 있다. 또한 장거리 항해를 하기에는 보트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카나리아 제도는 이전에도 유럽으로 가는 난민들의 주요 거점이었다. 스페인의 경비가 강화되기 전인 2006년에는 약 3만 명의 난민이 이 섬에 도착하기도 했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유럽행을 감행하는 난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난을 겪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서 ‘목숨을 건’ 항해는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스페인 경로 뿐 아니라 영불해협, 그리스 에게해 등에서도 난민 보트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중해에서는 지난해 2500명 이상이 익사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또 지난해 11만 6000명이 넘는 난민이 바다를 거쳐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몰타, 스페인 등지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난민 보트 침몰 참사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이주민 문제는 우리가 눈감지 말아야 할 현실이자, 인류의 사회적 스캔들”이라고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교황은 지난달 29일 “정치적이든, 역사적이든, 혹은 개인적인 상황이든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 박해받거나 역경 속에 희생된 모든 이를 위한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다”면서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 고국을 등지거나 그것조차 하기 어려운 이들, 자유를 찾아 나섰으나 결국은 거리에서,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생각하자”고 국제사회에 난민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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