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에 선 尹, 金·李 손잡을까 손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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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결별’인가, ‘미워도 다시 한번’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발등의 불인 선대위 쇄신안을 두고 기로에 섰다. 고민의 핵심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안고 가느냐, 아니면 두 사람을 배제하고 윤석열의 선대위로 재편하느냐 두 가지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당초 지지율 하락과 당 내홍에서 촉발된 선대위 쇄신론에 윤 후보와 김 위원장, 이 대표 간의 ‘파워게임’ 성격이 더해지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윤 후보의 대선가도에 최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대위 재편 ‘파워게임’ 새 국면
전반적인 기류는 배제 쪽 기울어
실제 결행 땐 리스크 감수 부담
어떤 선택이든 대선 최대 기로
윤 후보, 참모들과 쇄신안 숙의

윤 후보는 전날에 이어 4일에도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며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쇄신안을 숙의했다. 그는 전날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언급한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을 제외한 선대위 지도부 전원은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도 쇄신을 촉구하며 당직과 선대위직을 사퇴했다.

윤 후보는 3일 오후 당사에서 퇴근하며 기자들에게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김 위원장의 전면 개편안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표의 사퇴로 선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의 관계마저 틀어질 경우 파국이라는 당내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역시 4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하며 “오늘 중에 아마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개편 방안을)거의 다 결정할 것”이라며 자신이 직할하는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6본부(상황, 정책, 조직, 직능, 홍보미디어, 종합지원) 체제를 없애고 총괄상황본부로 모든 기능을 집중해 정책, 메시지, 일정까지 김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다.

그러나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이 전한 어제, 오늘 선대위 내부 분위기는 김 위원장의 설명과는 딴판이었다. 일단 윤 후보가 자신과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일방적으로 던진 김 위원장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는 말이 잇따랐다. 특히 윤 후보는 선대위 전면 개편의 전제로 김 위원장을 비롯해 선대위 지도부의 일괄 사퇴를 지시했지만,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쿠데타’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격앙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는 선대위 6개 본부장보다는 ‘윗선’, 즉 이름과 책임이 더 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사표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윤 후보 측근들도 전날 “(후보를)직접 통제하겠다”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라”는 등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후보의 리더십을 흔드는 것도 정도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정리’을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오후 들어 자신의 배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야. 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반적인 기류가 김종인 배제 쪽으로 기우는 듯하지만 윤 후보가 실제 이를 결행하려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김 위원장과의 결별은 김 위원장 중심의 선대위를 요구하는 이준석 대표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중도 확장 전략에 일가견이 있는 김 위원장의 경륜도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 대표의 완전한 이탈은 대선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2030 지지 확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이 대표와의 갈등 이후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 철회를 꼽는 분석들도 잇따른다. 반면 윤 후보 측근들은 지속적으로 윤 후보 정치력과 경쟁력을 폄하해 온 두 사람을 과감히 ‘손절’하는 것이 윤 후보의 손상된 리더십을 회복하고, 선대위 내부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인식을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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