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인구절벽의 한국사회와 저출생, 부산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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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희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상임대표

2021년은 대한민국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첫해로 기록되었다. 12월에 발표된 장래인구추계는 2022년의 문을 힘차게 연 우리 앞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 2019년 추계보다 인구 정점이 8년 단축된 것은 물론, 인구 자연감소는 가속화되어 앞으로 50년 뒤 총인구수는 3766만 명에 그치며, 생산연령인구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최소 수치다. 2021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떨어져 사상 최저를 기록하였다.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198개국 중 198등으로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 지 오래다. 특히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5명을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 서울 다음으로 낮은 것은 물론, 경남(0.92명)과 울산(0.95명)보다도 훨씬 낮다. 수도권 인구 과밀화와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상을 고려하면 인구감소의 위기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2017년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집단적 자살 현상’에 빗댄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총인구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 시작
예측 시기 8년이나 앞당겨져 충격
부산 합계출산율 0.75명으로 심각

영아기 집중투자 대책만으론 한계
육아 부담 해소 등 사회 변화 필요
인구구조·가족 변화, 정책 반영돼야


인구추계는 그 사회를 진단하고 전망을 살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인구관성화의 법칙에 따라 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새로운 정상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하강 곡선이 얼마나 급격하게 이루어지느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순유입과 혼인, 출생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수직 낙하하는 롤러코스터에 탄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해 부산시는 지역 맞춤형 제1차 인구정책 기본계획(2021~25)을 수립하고 ‘모든 시민이 행복한 인구 활력 도시 부산’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활력 있는 인구구조를 형성하는 한편 인구 변화 적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적응과 완화라는 인구 정책의 두 가지 방향을 모두 제시한 만큼 장·단기의 전망을 고루 살펴 각기 다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정부의 저출생 대책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새해부터 영아기 집중투자 대책으로 영아수당을 신설하고 첫 만남 꾸러미 제도를 도입하였다. 첫 만남 이용권으로 일시금 200만 원의 바우처가 지급되고 아동수당과 영아수당이 지급되며, 건강보험 임신·출산진료비 지원 금액도 인상된다. 현금성 지원에 대한 한계가 많이 지적되지만, 돌봄서비스와 현금지원 비중(1.48%)이 OECD 평균(2.40%)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평균 수준의 회복은 필요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3+3 부부 공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하여 육아휴직 시 급여를 상향 지급하기로 하였다. 육아휴직 시 소득보장 현실화 역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부와 한부모 가족에게는 진작부터 필요한 제도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단기적인 대책 외에 인구구조와 가족 변화의 패러다임 전환에 걸맞은 장기적인 저출생 대책이 강조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여성경제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장, 성평등 인식, 삶의 만족도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프랑스·독일·일본 등 출산율이 올라간 국가처럼 남성 육아휴직과 여성 고용률 유지가 시급하다. 직장을 가진 부모가 충분한 출산과 육아를 보장받고 걱정 없이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정책과 더불어 마음 편히 부모가 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상 구체화한 정책을 내어놓기란 쉽지 않다.

부산의 경우는 어떨까?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발행한 2020 부산여성가족통계연보에 따르면 여성 취업의 장애 요인으로 ‘사회적 편견 및 차별’이라는 응답은 다소 감소한 반면, ‘불평등한 근로여건’, ‘육아 부담’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육아 부담은 2013년 44.7%에 비해 2019년 52.4%로 더 크게 인식되었는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아 부담’을 비롯한 여성 취업의 장애 요인을 더 크게 인식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저출생이 일자리, 주거, 성평등 인식, 삶의 만족도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해소되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문제로 남아 있거나, 여성의 문제로만 표면화되는 현실을 보여 준다. 거기다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극심한 가치관의 충돌 이면에는 변화하는 성 역할과 성평등 사회로의 지향, 여성폭력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현실이 아직 구체적인 정책에 반영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제4차 저출산 종합계획에 이어 제1차 인구정책 기본계획 역시 이 모든 사회적 문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에 이어 지방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인구절벽 혹은 인구 지진이라는 위기감으로 표출되는 초저출생 사회에 어떤 해법을 내어놓을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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