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선도 대선 못잖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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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본부장

새해 벽두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선거 얘기뿐이다. 대부분 식당의 최고 선호 메뉴를 선거가 차지할 정도다. 하기야 20년 만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데 선거에 관심을 쏟는 건 너무나 당연할지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선 얘기만 한다. 지선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올 6월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2002년에는 지선(6월 13일)을 먼저 치른 뒤 대선(12월 19일)이 실시돼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선(3월 9일)과 지선(6월 1일)의 순서가 바뀌어 지선은 완전 뒷전이다. 심지어 일부 출마자들조차 “어차피 대선 결과에 따라 지선 판세가 결정될 건데 뭣하러 벌써부터 선거운동하나”라고 득표 활동에 손놓는다. 대다수 유권자들도 “지선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선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포함한 지방권력의 역할과 위상 등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대선 뒤 지방선거에 관심 적어
지방권력 역할·위상 고려해야

PK 시·도지사 중도 낙마 치욕 반복
당리당략 매몰 지방의원 걸러야

정당보다 인물 본위 투표권 행사
신명 나는 ‘명품 부울경’ 구축 가능


올해 지선을 통해 부산·울산·경남(PK)에서 3명의 광역단체장과 39명(부산 16, 울산 5, 경남 18)의 기초단체장을 뽑는다. 비례대표(7회 지선 기준)를 포함해 127명(부산 47, 울산 22, 경남 58)의 광역의원과 496명의 기초의원도 선출한다. 2018년 지선 때 전국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데 투·개표 비용과 선거보조금을 포함해 1조 7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전부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부산시장은 억대의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받고, 기초단체장도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간 1억 정도 받는다. 광역의원의 월급도 보통 500만 원이 넘는다. 올해 경남도의회는 약 180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총 의원 44명의 창원시의회는 연간 70여 억 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인건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역시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그뿐인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은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지자체장은 자자체 사무 총괄, 국가 위임 사무 처리, 관할 지자체 지휘·감독권, 소속 직원 임명·지휘·감독권, 규칙 제정권 등을 갖고 있다. 지방의원에겐 조례의 제정과 예산 의결 권한은 물론 해당 지자체의 주요 정책이나 방침을 최종 결정하는 기능, 지자체 행정 사무 감사 등 통제 기능 등이 부여돼 있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권력’이다.

우리가 지방선거를 결코 남의 일처럼 내팽개칠 수 없고, 투표권을 소중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는 부산시장이 성추행 혐의를 받아 굴욕적으로 물러나고, 경남지사가 법 위반으로 임기도 못채우고 구속되는 사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다른 광역단체장처럼 대선 주자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더라도 부울경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지자체장이 계속 나와서 되겠는가. 당리당략에 매몰돼 걸림돌이 되는 무능한 지방의원에겐 절대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대선을 무시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 있고 검증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더 이상 국가 운영을 무자격자에게 맡겨선 안 된다.

지선에 더욱 신경을 쓰자는 뜻이다. 이제부터라도 두눈 부릅뜨고 지선에 관심을 쏟자. 광역단체장에서부터 기초의원까지 부울경 지선 출마 예정자들의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해 보자. 아직 예비후보 등록조차 안 된 단계지만 언론을 통해 이미 지선 후보자들의 면면이 공개되고 있어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성에 흠집이 있는 사람은 각 당의 공천단계부터 걸러 내야 한다. 대부분의 정당은 ‘당원 50%+일반 50%’의 경선을 통해 선출직 공직 후보를 뽑기 때문에 공천 과정부터 얼마든지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 후보자의 능력을 무시한 채 개인적인 친분으로 공천을 주거나 신인 발굴을 등한시 하는 정당에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지선에선 ‘정당’ 말고 ‘인물’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 정당도 무시 못할 선택요인이지만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는 정당 투표의 부작용을 30년 가까이 너무나 생생하게 경험해 왔다. 우리 고장 사람이라고, 나하고 친하다고 뽑을 게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각 정당은 ‘숨은’ 인재를 적극 발굴해야 하고, 유권자들은 그런 선택을 적극 지지해줘야 한다.

그래야 부울경이 ‘살 맛나는 고장’이 되고 ‘글로벌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만년 2위’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곧 3~4위로 추락할 것”이란 경고음에 시달려야 하나.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정말 신명나는 도시를 만들어 보자. 부울경 지자체장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우리가 대선 못지 않게 지선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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