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프랜차이즈 스타’ 대거 이적, 팬심 실망·분노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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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각 팀의 주전 선수로 활동하며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대거 이적하면서 팬들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에서 NC로 이적한 손아섭, NC에서 KIA로 이적한 나성범, 키움에서 KT로 이적한 박병호. 연합뉴스

‘잘 가라! 나의 스타!’

한국프로야구(KBO)의 한 팀에서 오랫동안 팬들의 지지를 받고 명성을 쌓은 ‘프랜차이즈 선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자유계약(FA) 시장’ 속에 각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잇따라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팬들의 실망과 분노 역시 높아지고 있다. ‘연봉이 곧 가치’라는 인식과 우승팀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칭호를 포기하는 선수들의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 시즌 역대 최대 규모 FA시장
계약 총액 100억 원 넘는 선수 4명
손아섭 팬, 롯데 유니폼 중고 거래
키움 팬, 박병호 이적에 근조 화환
프랜차이즈보다 연봉 선호 아쉬워

지난 27일 한 인터넷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최근 NC 다이노스와 FA 계약한 손아섭의 롯데 시절 유니폼 수십 벌과 응원 물품 다수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손아섭의 등 번호 31을 언급하며 ‘31에 미쳤었고, 그 31은 G(자이언츠)의 31이었는데, 이제 G에는 없으니까 정리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당 게시글은 유명 프로야구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가 큰 화제가 됐다.

29일 서울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사무실에는 근조 화환이 배달됐다. 29일 ‘미스터 키움’으로 불린 내야수 박병호가 KT 위즈와 FA 계약을 맺자 이에 분노한 팬이 보낸 것이다. 근조 화환에는 ‘히어로즈를 응원했던 일개 팬 일동’ ‘서울 히어로즈는 죽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올 시즌 FA 시장은 ‘프랜차이즈 선수의 대이동’이라고 할 만큼 각 팀의 간판 선수들의 이적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신호탄은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해민이 쐈다. 삼성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붙박이 중견수로 활약한 박해민이 LG 트윈스로 이적하자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박건우(두산→NC) △나성범(NC→KIA) △손아섭(롯데→NC) △박병호(키움→KT)의 이적 소식이 뒤이어 나오면서 해당 선수의 기존 팀 팬들은 놀란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이적은 FA 시장의 과열과 무관하지 않다. 올 시즌 FA 시장은 계약 총액 1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가 4명 배출됐다. 선수의 몸값이 곧 선수의 가치로 여겨지는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주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팬덤 △연고 팀에 대한 애정 △영구결번에 대한 기대감 등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

연봉 대신 ‘프랜차이즈 스타’ 호칭을 선택한 선수는 있다. LG에서만 19시즌을 뛴 외야수 박용택은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 선수의 가치는 20억 원”이라고 규정했다. 박용택은 2014년 자신의 두 번째 FA에서 LG가 롯데보다 20억 원 적은 돈을 제시했지만 LG에 남기로 결정했다. 박용택은 “인생 길게 보고 영구결번 얻어가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LG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롯데 팬들은 롯데에서만 15시즌을 뛴 손아섭이 ‘낙동강 라이벌’ NC로 이적하자 프랜차이즈 선수를 잃은 실망감을 호소했다. 손아섭의 NC 이적으로 롯데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불릴 수 있는 현역 선수는 내야수 이대호와 외야수 전준우만이 남았다. 이대호와 전준우는 프로 데뷔 이후 롯데에서만 뛰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대호는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고, 전준우는 지난해 롯데와 4년 계약을 맺어 2024시즌까지 동행한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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