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는 가짜 뉴스, 가짜 믿음, 무지·몽매 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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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남종국

는 낯설고 이상한 유럽 중세에 관한 울퉁불퉁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상한 중세’를 암흑시대가 아니라 다채롭고 역동적인 시대로 보자는 거다.

하지만 중세는 아주 엉뚱해서(?) 역동적인 시대다. 중세에는 가짜 뉴스, 가짜 믿음, 무지와 몽매가 판을 친 듯하다. 중세인들은 성욕을 죄악으로 여기고, 불임을 악마의 계략으로 여겼다. 16~17세기는 마녀사냥의 절정기였다. 중세 끄트머리에 중세를 억지로 붙잡는 광풍의 일종이었다. 마녀를 색출하고 고문하는 법을 다룬 책 는 쾰른대 신학과 교수들의 인증을 받아 100년 이상 28판을 찍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

16~17세기는 ‘마녀 사냥’ 절정기
연옥 통해 희망의 가능성 심어 줘


중세 최대의 발명은 연옥이라고 한다. 지옥과 천국의 이분법만 있는 게 아니라 유예의 장소로서 연옥의 탄생은 사람에게 희망의 가능성을 심어줬다. 하지만 연옥은 ‘면죄부 장사’로 이어져 교회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다. 역설적으로 종교 혁명을 앞당긴 게 연옥이었다. 1573년 베네치아 대표 화가 베로네세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술에 취하거나 포크로 이를 쑤시고 고기를 자르는 흥청망청한 예수와 베드로 등의 분위기가 ‘최후’ ‘신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화가는 교회의 명령에 맞서 그림 제목을 ‘레비가(家)의 향연’으로 슬쩍 바꾸는 시늉만 했다고 한다.

중세 최대의 가짜 뉴스는 ‘사제 요한 이야기’다. 12세기 중엽에 퍼진 이야기인데 이슬람 세계 너머에 사제 요한이 다스리는 위대한 왕국이 있다는 거였다. 사제 요한의 왕국은 3개의 인도를 지배하고 있으며, 72개 왕국이 복종하고, 궁정에서는 매일 3만 명이 식사를 한다는 거였다. 이 가짜 뉴스의 의도는 유럽과 요한 왕국이 힘을 합쳐 중간에 놓인 이슬람을 공격하자는 데 있었다. 13세기 후반 보다 더 인기 있었던 것이 14세기 초 였다. 는 사제 요한 이야기의 다른 버전을 구사했다. 이 여행기는 에덴동산이 지구상에 실재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시아 동쪽 끝에 지상낙원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결국 유럽의 지리상 발견으로 귀결됐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때로는 비합리적인 듯 보이는 인간의 상상력이다.” 그게 인간이라는 거다.

지배계급의 눈으로만 보는 역사는 반쪽이라고 한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의 교류가 있었다. 13~14세기 아시아 출신 노예가 유럽에 많이 팔려갔다. 그중에 고려인도 있었을 수 있다고 한다. 당시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구가 격감한 터였다. 1366년 피렌체에 팔려간 18세의 소녀 ‘스타마티’, 몽골 소년 노예 ‘안토네토’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흔적을 추적해, 그러니까 지배층이 아니라 피지배층, 주변의 관점에서 역사를 얼마든지 새롭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역사는 쓰느냐 하는 건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한다. 남종국 지음/서해문집/228쪽/1만 5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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