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는 돼야 하는데 윤석열 선뜻 뽑기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22 신년기획-PK 대선 민심]

지난 1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건어물상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 거냐’는 질문에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근의 또 다른 40대 상인도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는데, 지금은 누구를 택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대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민심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역대급 비호감 대결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동층이 오히려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여론조사 결과
부울경 지지도 윤, 10.5%P 앞서
60대 이상 표심, 윤 압도적 지지
40대는 상대적으로 이 선호도 높아
윤, 비호감 늘어 PK 지지율 하락세
2030 유권자가 결국 ‘캐스팅 보터’


■여 45%, 야 65% 득표 목표

PK 전반적으로는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높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런 여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거대 양당 후보와 가족들을 둘러싼 공방전과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으로 윤 후보의 지지세가 꺾이며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이 PK에서도 읽힌다.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6~29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3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1.8%포인트(P).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9.5%와 39.4%로 박빙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PK지역(480명 대상)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45.7%로 35.2%의 이 후보를 10.5%P 앞섰다. 부울경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43.3%)이 민주당(26.6%)보다 16.7%P 앞선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가 개인 경쟁력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반등세가 부산 등 PK에서도 이제 조금씩 감지된다”며 꿈틀거리는 지역 민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당내 갈등이 이른 시일 내 봉합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겠지만, 지속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율 약세가 부산에서도 표면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PK는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스윙 스테이트’(경합지)로 주목받는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야를 넘나든 PK지역 부동표는 최소 60만 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PK는 보수세가 강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역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보수정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우세를 점치지만, 득표율 차이가 전체 대선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여야 모두 ‘PK 대전’에 수도권에 버금가는 화력을 집중할 태세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PK 득표율 목표를 45%, 국민의힘은 65%로 잡았다.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역대 여권 대선 후보 가운데 PK에서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18대 대선의 문재인 후보 득표율 38.42%를 넘어서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면 이번 대선에 승산이 클 것이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받은 61.16% 정도는 받아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년층 윤석열…40대 이재명

PK 지역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윤석열 후보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특히 60대 이상은 후보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금정구에 사는 70대 박 모 씨는 “문재인 정권이 실익도 없었던 북한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고, 코로나19와 부동산 대처는 엉망이었다”며 “무조건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 윤석열을 찍겠다”고 말했다. 50대 양 모(경남 양산시) 씨도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던 이번 정권이 계속 이어지면 안 된다. 윤석열 후보가 부족한 점이 있지만,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우동에 사는 60대 김 모 씨는 “부동산 정책 등에서 수시로 말을 바꾸는 이재명 후보는 믿을 수 없다”며 “윤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년층 중에서도 일부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북구 구포시장 60대 상인은 “흠집이 많은 두 후보보단 차라리 이낙연·홍준표가 맞붙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대통령 자질을 본다면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낫다”고 밝혔다.

4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대기업 직장인 이 모(47·울산 남구) 씨는 “한평생 검사만 한 윤 후보가 대한민국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비전과 능력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한다”며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선 더 적임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박 모 씨도 “검사 시절 좌우 정권 가리지 않고 꼿꼿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켰던 윤 후보를 처음에는 지지했는데, 정치인 윤석열은 한계가 보인다”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서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김 모 씨는 “코로나와 관련한 정부의 갈팡질팡으로 큰 피해를 본 데다, 아파트 가격 폭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커 여당 후보에게 표를 찍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2030 표심

이번 대선 ‘캐스팅 보터’로 관심이 쏠리는 2030 세대는 다양한 의견을 분출했다. 금정구에 사는 대학생 유 모(23)씨는 “지금 한국에서 다뤄야 할 가장 큰 어젠다(의제)는 부의 재분배와 사회적 차별의 해소다. 이런 부분에서 이재명 후보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정책을 성공시켜 온 이력이 있다”며 “독선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부산시청 사회복무요원 양 모(23) 씨는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도덕적 문제에 휘말린 이번 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폭등, 조국 사태 등으로 정권교체 쪽으로 기울었다가 야당 후보가 숱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제3지대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부산 북구에 사는 주부 신 모(38) 씨는 “조국 사태에서 불공정을 감싸는 민주당을 보고 윤석열 후보를 찍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부인 김건희 씨의 ‘불공정’이 터지고 이를 감싸는 후보를 보면서 차라리 국민 눈치 보는 이재명 후보가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강 모(26) 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강 씨는 “거대 양당 두 후보에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가 새롭게 중도를 결집시켜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사는 이 모(37) 씨도 “유력 여야 후보 모두에게 실망했다. 차라리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양강 후보들이 최근 20대 남성 공략에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젊은 여성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에서 근무하는 김 모(25) 씨는 “현재 20대 여성을 생각하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밖에 없다”며 “심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알지만, 20대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 모(27·경남 창원시) 씨도 “심상정 후보가 유일한 친여성 정책을 펼치는 후보로, 여성 유권자들을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는 남성 후보들을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치권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기권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20대도 많았다. 진 모(22·경남 김해시) 씨는 “대통령 후보의 판단 기준은 무엇보다 인품과 공약인데, 마땅히 뽑을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수영구에 사는 김 모(25) 씨는 “신뢰가 가지 않는 후보들을 두고 고민하기보다 기권하는 것이 내 의사를 더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박 모(27) 씨는 “실망스러운 기성 정치권력에 강하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허경영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희경·이승훈 기자 him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