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앞인데… 부산 중기 “무사고 기도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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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 대응전략’ 설명회가 열렸다. 중대재해처벌법 대비 가이드북(오른쪽 위).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약 한 달을 앞두고 부산 중소 제조기업들의 준비 양태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없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낸다고 답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로펌에 의뢰해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대응 가이드북을 만든 조합도 있다. 하지만 부산 중소 제조기업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별다른 준비를 못하고 있다’ ‘두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다음 달 27일 시행, 대응 천차만별
조선기자재조합만 가이드북·설명회
대다수 중기, 안전교육 강화가 전부
정부 차원 대대적 홍보·지원 필요

■가이드북 제작·교육으로 선제 대응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다음 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약 500쪽에 달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산업안전 기업대응 가이드북>을 제작해 회원사와 협력 회사를 대상으로 700여 부를 배포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문 로펌에 의뢰해 제작한 가이드북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준비나 교육, 전담 인력 배치, 사고가 났을 때 기업 대응방안 등을 담았다.

조합은 지난달 15일에는 강서구 미음동 조합 사무실에서 회원사 소속 대표와 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변호사가 직접 설명해 주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 대응전략 설명회’도 개최했다. 조합 이창용 사업관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가 없다 보니 혼란스러운 게 많아서 조합 자체 예산으로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설명회도 열었다”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조합 차원에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합 회원사는 350여 개로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봐도 법 시행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한 드문 사례다. 조선기자재조합을 제외하면 부산 내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한 중소 제조기업이나 업종별 조합은 사실상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비는 천지 차이

회원사가 120여 개인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역시 안전교육 강화 외에 뚜렷한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오린태 이사장은 “건설 현장보다는 덜하지만 자동차 부품산업 특성상 대부분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어서 사고 위험은 항상 있다”면서 “회원사들이 별도로 안전 관리 요원을 추가로 채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를 생산하고 다루는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 회원사 역시 마찬가지다. 70여 명의 직원이 있는 서반산업엔지니어링(주) 정용환 대표는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밖에는 사실상 대비책이 없고, 사고가 나면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조업 일자리를 만드는 업주를 처벌하는 법이어서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50인 이상 전국 중소제조기업 33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불가능하다고 답한 기업 중 50~99인 사이 기업이 60.7%로 가장 높았다.

부산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못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대응에 분주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게차 사고 방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산 스타트업 (주)비엔아이는 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주)비엔아이 방병주 대표는 “최근 2주 동안 대기업 6곳에서 의뢰를 받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라면서 “지게차뿐만 아니라 다른 중장비, 공장을 대상으로 설비를 설치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전체에서 5%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때 사업주 등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0인 미만 기업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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