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내게 워커홀릭이란… 오늘을 사는 절박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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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채 진주시 도시건설국장

“평생 직장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었습니다.”

이달 말 정년퇴직하는 정중채(60) 진주시 도시건설국장이 자서전 <진심(眞心)과 전심(傳心)>(460쪽·유승인쇄출판)을 냈다. 정치인이 아닌 진주시청 공무원이 퇴직을 맞아 자서전을 낸 첫 사례다.

행정직 최초 진주 도시건설국장 올라
퇴직 맞아 자서전 ‘진심과…’ 펴내
소중한 직장 경험, 후배들에게 전수

정 국장은 1970, 80년대 국내 대기업 종합상사원처럼 일한, 진주시청 내 마지막 남은 ‘월화수목금금금’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70여 년 진주시 역사상 최초로 행정직으로서 통상적으로 기술직(시설직)이 맡는 도시건설국장(4급 서기관)에 오른 새 기록도 세웠다. 도시건설국장 2년여를 재임한 그는 줄곧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싸우는 상황관을 맡았고, 정년퇴임을 맞고서야 그 무거운 짐에서 벗어났다.

정 국장은 평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 있다’고 믿는다. 동료 직원들과 주변인들은 그를 표현하는 별칭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이 전한다. ‘담배와 연애 기간이 너무나 긴’ ‘독수리 타법의 워커홀릭(일 중독자)’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디어 맨’ 등이 대표적이다.

‘워커홀릭’이라는 세평에 대해 그는 “그건 내일의 준비가 아닌, 오늘 이 순간을 살아야 하는 절박한 몸부림이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자서전 머리글 ‘하산길에서’를 통해 그는 “정년퇴직을 5년쯤 앞두고 늘 내가 살아온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고 싶어 내 안에 고이 잠들었던 추억의 향기가 피어오를 때마다 조금씩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숨은 진심,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활자를 통해 고마운 인연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자서전은 자신의 인생을 등산에 비유해 5부로 엮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2학년을 중퇴하는 등 그의 인생 스토리와 푸른 청년 시절부터 정년퇴직까지 걸어오며 겪었던 일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써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1부 ‘지나온 발자국’편에서 그는 35년여 공직생활에서 경험하고 익힌 시간과 동작 연구, 문서의 품격, 일은 자존심, 공무원 글쓰기, 일의 정석, 일과 사람, 아부의 기술, 정신력의 효과, 리더의 역할 등을 기술해 후배 공무원들의 사무 지침서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정 국장은 자비로 이 자서전을 출간하고, 새내기 공무원 등 동료들에게 상당량(600여 권)을 무료로 나눠줬다. 남다른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그는 재직 중에 녹조근정훈장을 비롯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 장관·도지사·시장군수 표창 등을 받았다.

그는 “바쁘게 산을 오르기만 하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름 모를 들꽃에게도 이제 마음을 주어 볼 작정”이라고 앞으로의 2모작 삶의 방향을 어슴푸레 밝혔다.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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