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대선에 가로막힌 깜깜이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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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딜 가나 ‘선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선 대선보다 지방선거에 더 관심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만 갑론을박이 이뤄질 뿐,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먼나라 이야기’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선거가 대선 블라인드에 가려지고 막힌 꼴이다.

물론 내년 3월 9일 대선 이후 80여일 더 지나야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지역, 동네 살림살이는 대선보다 지방선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경남도는 김경수 전 도지사 드루킹 사건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올 7월 대법원 유죄 확정 이후 6개월째다. 이 때문인지 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 주도권을 부산과 울산에 내주고 따라가는 형국이다. 각종 현안사업은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를 이유로 중요한 결정을 미루거나 유지에 급급하다.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가 낳은 부작용은 결국 경남도민 몫으로 돌아온다.

경남도정은 권한대행 체제가 유난히 잦았다.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1년 넘게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2018년 7월 김경수 전 지사 취임으로 정상화될 때까지 15개월 동안 류순현·한경호 두 명의 전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을 대행했다. 민선 1기부터 3선을 한 김혁규 전 지사는 마지막 임기를 2년 6개월 남겨둔 2003년 12월 사임했다. 이후 김태호 전 지사가 보궐선거로 당선될 때까지 6개월간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민선 5기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중 사퇴하자, 홍 전 지사가 취임할 때까지 5개월 여간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이후 김경수 전 지사가 2019년 1월 30일 1심 판결 후 법정구속되면서 박성호 전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77일간 대행했다. 또 올해 7월 김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하병필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이번 권한대행이 7번째다. 이처럼 경남도는 1995년 민선 이후 도지사(5명) 보다 권한대행 숫자(7명)가 많은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정 슬로건이었던 경영행정(김혁규)과 남해안 시대(김태호), 모자이크 사업(김두관), 채무제로(홍준표), 새로운 경남(김경수) 등은 권한대행 체제와 후임자로 인해 인해 뒤집히고, 지워졌다. 행정의 연속성이 깨지면서 정책 혼선으로 인해 도민 신뢰가 떨어지고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임기만료된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인선도 정지된 상태다. 경남연구원장과 경남개발공사 사장, 경남도관광재단 대표이사가 현재 공석이다. 내년 초에는 경남한방항노화연구원장, 경남도사회서비스원장, 경남로봇재단원장 등이 공석이 될 예정이다. 이들 기관은 지방선거가 치러질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운영에 들어간다. 또 창원시와 함께 신속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할 ‘진해 웅동1지구(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개발 사업’은 경남도의 감사원 감사청구로 시간만 끌고 있다.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가 이처럼 결정을 미루고 눈치만 본다면 ‘권한유지 대행’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경남도민들이 대선보다 지방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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