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해명보다 ‘감정 호소’ 주력… “리스크 털기엔 역부족”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건희 씨, 허위 이력 대국민 사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아내 김건희 씨가 26일 자신을 둘러싼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장이 계속되면서 비판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씨가 구체적인 해명 대신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김 씨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준비해 온 원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7분가량 사과문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이날 김 씨의 사과가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에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편에 대한 미안한 심정이 절반
배포 자료엔 ‘부정확 표현’ 설명
민주 “의혹 해소엔 미흡” 직격탄
김 씨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


기자회견 직후 선대위 측에서 배포한 해명 자료에도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부정확한 표현'이라며 허위는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들이 기재돼 있다. 선대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림성심대·2007년 수원여대·2013년 안양대 등에 제출한 시간강사, 겸임교수 이력서에 포함된 초중고 근무 경력 등에 대해서는 근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교생실습' '강사' 대신 '근무' 라고 쓴 것은 부정확한 기재라고 해명했다. 또한 수원여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 등을 기재한 데 대해서는 "허위는 아니나 전체적으로 재직기간이 부정확하게 부풀려 기재된 사실이 있음", 일부 수상 경력에 대해서는 "'단체 수상'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부정확한 기재"라고 해명했다.

또한 김 씨 사과문의 절반가량이 남편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채워졌다. 김 씨는 “결혼 이후 남편이 겪는 모든 고통이 다 저의 탓으로만 생각했다” “남편이 저 때문에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 등 이번 논란과 무관한 내용을 언급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 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의 사과가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비꼬았다. 정의당 오현주 선대위 대변인도 “알맹이가 빠진 ‘덮어놓고 사과’로는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자의 배우자의 오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를 퇴근하면서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과를 계기로 국민의힘에서는 김 씨의 공개 활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 씨는 기자회견 말미에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비공개 행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으나 선대위는 향후 공식적 역할을 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즉각 일축했다.

이양수 대변인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취지로 공개 활동, 공개 행보 그런 건 좀 자제하겠다 말씀하신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로서, 또 공개 석상에 나타날 일들은 나름대로 다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배우자 전담팀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별도 팀을 구성하는 대신 대변인실을 통한 김 씨의 메시지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