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되찾은 부탄 곰 엄마 “부산 시민은 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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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아들을 지키려고 히말라야 야생곰과 사투를 벌이다 얼굴을 다친 부탄의 미혼모(부산일보 2019년 9월 19일 자 2면 등 보도)가 부산에서 얼굴을 되찾고 귀국길에 오른다. 보도로 사연이 알려진 후 전국에서 도움이 이어졌고, 동아대병원에서 6차례의 수술을 거친 끝에 얼굴을 되찾은 그는 “부산 시민들 모두가 귀인”이라고 감사해했다.

타시 데마(37) 씨는 함몰된 얼굴 치료를 위해 올 9월 부산 동아대병원을 찾았다. 코로나로 2년이나 미뤄진 수술이었다. 그동안 6차례의 수술을 거쳤고 얼굴 기능을 거의 되살려 27일 다시 부탄으로 돌아간다. 데마 씨는 “부탄에서는 업이 많은 사람으로 불렸는데, 한국에 오니 제일 복 많은 사람이 됐다”며 “부산 시민들은 내게 모두 귀인”이라고 말했다.

아들 지키려 곰과 싸워 얼굴 함몰
부산서 6차례 수술 뒤 오늘 귀국
귀 연골로 코 만들고 신경도 살려
부탄서 사연 접한 조마리아 셰프
수술비 마련 펀딩에 전국서 호응

수술 전 데마 씨의 얼굴은 너무 심각했다. 이마 오른쪽이 넓게 파였고, 턱 일부는 길게 잘려 나갔다. 눈 코 입이 제 기능을 못했다. 함몰된 콧구멍으로 음식이 들어갔고, 플라스틱 관으로 호흡해야 했다. 밑으로 길게 트인 눈 앞머리에는 시시때때로 눈물이 고이고 눈곱이 꼈다.

그래도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지난 16일 마지막 수술 끝에 데마 씨는 얼굴을 되찾았다. 귀 연골로 만든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됐고, 회복 기간을 지나면 100% 호흡이 가능해진다. 뭉개졌던 왼쪽 턱도 도톰하게 살을 붙였다. 감각이 없던 얼굴도 이식으로 혈관과 신경을 되살렸다. 데마 씨는 얼굴의 감각이 아직도 새삼스러운지, 인터뷰 내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데마 씨와 한국을 이어준 것은 부산 해운대구 레스토랑 ‘차경’의 조 마리아(40) 오너 셰프였다. 그는 부탄에서 ‘전통 음식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중 현지 공무원으로부터 데마 씨 사연을 듣고 귀국하자마자 모금 행사를 기획했다. 부탄 히말라야산맥에 살던 데마 씨는 2019년 2월 생계를 위해 버섯을 따다 곰의 습격을 받았고, 두 살배기 아들을 지키려고 곰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마을에서도 ‘전생에 지은 죄가 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그에게 냉담했다.

귀국한 조 셰프는 세계 각국의 미슐랭 셰프들을 불러 자선 행사를 열었고, 소스와 피클 등을 판매해 펀딩을 진행했다. 보도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시와 동아대병원이 먼저 데마 씨를 돕고 나섰고,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밀려들었다. 펀딩은 목표금액의 903%를 달성했다. 조 셰프는 “한 사람이 28개를 주문하기도 하고, 배우 류승룡 씨와 서정희 씨는 펀딩과 별개로 후원을 했다”며 “전국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돕는 걸 보면 이런 게 선한 영향력인가 싶다”고 말했다.

수술은 끝났지만 치료비는 아직 남았다. 조 셰프는 데마 씨가 부탄으로 돌아간 뒤에도 펀딩을 계속할 예정이다. 조 셰프는 “데마 씨가 얼굴을 되찾기까지 기적을 처음 같이 일궈준 부산 시민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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