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말연시 ‘푸드뱅크 온정’ 박대하는 부산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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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저소득층의 복지 최전선을 책임지는 부산지역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를 독려해도 모자랄 구·군청이 사실상 기부 상한선을 정해 놓는 바람에 최소 10억 원 규모의 기부식품이 매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6개 구·군 푸드뱅크·마켓에 접수된 기부식품은 82억 4900만 원 규모인데, 이 중 10억 원가량이 부산으로 들어왔다가 타 시도로 유출됐다. 부산의 저소득층을 지원하고도 남는 기부식품이라면 나누는 게 당연하지만, 부산의 저소득층을 돕기에도 빠듯한데 소극적 행정으로 빚어진 결과라면 이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인건비 아끼려 푸드뱅크 기부물품 제한
부산 지자체 예산·인력 지원 적극 나서야

관련 법에 따르면 임의신고 대상인 푸드뱅크·마켓은 연간 3억 원 이상 물품을 받아 제공한 경우 ‘당연신고’ 사업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럴 경우, 당연신고 사업자는 시설과 인력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연간 4000만~5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구·군청이 분담, 지원한다. 그런데 각 구·군청에서는 이 비용을 아끼려고 아무리 기부가 많이 들어와도 3억 원 이하로 제한하는 모양새다. 북구와 사하구, 해운대구 등 3곳을 제외한 13개 구·군청이 당연신고 사업장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연고로 5~6년 전만 해도 전국 3위 규모였던 부산 푸드뱅크·마켓 기부물품 실적은 6위로 뒤처졌다.

푸드뱅크는 지자체와의 협력적 사업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푸드뱅크 사업은 지방이양 사업으로 지자체로부터 지도와 감독이 이루어지며, 필요하면 재정적 지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고령층, 특히 취약계층 독거노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한국의 푸드뱅크는 법률상 복지기관이나 복지시설이 아니라는 점도 이에 한몫한다. ‘식품 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유일한 법이다. 사업 초기만 해도 정부가 시설비 명목으로 일부 국비를 지원했지만, 복지기관이나 복지시설과 달리 별다른 운영 관련 지원이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각 지자체가 알아서 하는 식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식품과 현물 기부에 대한 국내 최대 창구로써 푸드뱅크·마켓의 발전이 더 기대되는 만큼 부산시와 각 구·군청의 적극적 관심이 요구된다. 실제 지난해 전국의 기부식품 등 제공사업장 예산 지원 현황을 보면 부산의 구·군이 전국 15개 시도 가운데 세종과 제주를 제외하면 가장 적었다. 서울의 4%, 인천의 10% 수준으로 초라했다. 푸드뱅크 전담인력 부족이나 열악한 처우, 지자체의 무관심 등은 이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문제에 행정이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들어오는 온정마저 박대하는 지자체 오명은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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