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 최고 땅값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공시지가(公示地價)는 국토교통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한 토지의 단위 면적당 가격을 말한다. 이는 1989년 토지의 개인 소유권을 인정하되 처분은 공익을 위해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서 시행된 제도다. 공시지가는 땅값 정보를 제공해 토지 거래의 지표가 되며, 국세와 지방세 등을 산정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한 지역의 공시지가 변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땅값이 비싼 상업지의 중심 상권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공시지가 조사가 시작된 첫해부터 2001년까지 중구 광복동 옛 미화당백화점(현 ABC마트) 부지의 공시지가가 평당 8000만 원까지 오르며 12년 내내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이곳의 땅값 전성시대는 주변 광복동이 1950년대부터 부산 최고 상권으로서 서울 명동에 필적할 만큼 번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미화당백화점 앞은 부산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고, 1970~80년대 단골 집회 장소로 유명했다. 향토 기업 미화당백화점이 유통 대기업들 공세에 밀려 파산한 이듬해인 2002년에는 인근 비엔씨제과점의 공시지가가 제일 높았다.

2000년대 들어 광복동을 비롯한 원도심 상권이 쇠퇴하자 부산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부도심권에서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번화가로 성장한 부산진구 서면으로 옮겨 갔다. 2003년 부전동 쥬디스태화 옆 갤러리안경점 공시지가가 평당 6940만 원으로 부산 1위에 올라섰다. 비엔씨제과점 부지는 2위인 평당 6610만 원을 기록, 부산 최고 땅값 자리를 사상 처음 서면에 내줬다.

이후 매년 부산의 제일 비싼 땅은 서면 금강제화, 맞은편 LG유플러스 매장, 인근 동보프라자 등 중앙대로를 사이에 둔 서면1번가(옛 천우장 골목)와 쥬디스태화 일원에서 나왔다. 서면 상권은 부산 한가운데 위치해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발달한 데다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게 장점. 이에 힘입은 서면은 해운대 센텀·마린시티 같은 동부산권이 급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지역 최대 상권을 이룬다.

이달 23일 공개된 2022년 공시지가안에 따르면, 서면 동보프라자가 ㎡당 4725만 원으로 2년째 부산 1위를 유지했다. 중앙로 서쪽 건너편의 금강제화는 ㎡당 4630만 원으로 2년 연속 2위다. 서면 상권에서도 무게 중심이 공구거리와 전포카페거리 등 SNS상의 ‘핫 플레이스’가 잇따라 조성된 중앙로 동쪽 신상가로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하지만 오랜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상권이 침체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생존 위기로 내몬다. 이들이 활짝 웃을 날을 고대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