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9개월 만의 ‘박의 귀환’ 더욱 복잡해진 ‘대선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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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2017년 3월 31일)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대선을 7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복귀는 사사하는 바가 크다.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진퇴가 분명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나서고 물러날 때를 잘 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20대 대선이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판단할 때는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 개입 안 할 것’ 지배적 여론
특정 후보 유불리 판단 어려워
사면 “잘한 결정” 59.8%로 높아
31일 출간 ‘회고록’ 내용 ‘주목’

무엇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그는 ‘승산없는 게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정식 입문한 뒤 대부분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18대 총선 공천 때 친이(친이명박)계가 부산 친박(친박근혜)계를 대거 탈락시켰지만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로 대부분 무소속으로 당선된 일화는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영어의 몸이 된 뒤 정치적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그 자신이 탄핵과 법정구속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괜히 나서 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확실한 승자가 없는 ‘초박빙’의 대결구도다.

그 연장선상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대선에 개입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국정농단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도한 인물이지만 ‘윤석열 반대’ 운동을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적다. 다만 여야 유력 후보가 역대급의 비호감 인물이란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리서치·KBS가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이재명 후보의 호감도는 39.3%였지만, 비호감도는 59.1%로 19.8%포인트(P) 더 높았다. 윤석열 후보 역시 호감도는 38.0%에 불과하고 비호감도는 60.5%에 달해 22.5%P 더 높았다. 이 때문에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두터워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리서치·JTBC 조사(17~19일)에서 부동층이 17.9%였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20~22일)에선 25%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 두 후보가 자력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고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진영에 각각 입김이 센 문재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일정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잘한 결정’이란 응답이 59.8%로 높았고, ‘잘못된 결정’은 34.8%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도 45.2%로 높게 나왔다. 두 사람의 정치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모 여론조사 전문가는 26일 “초박빙의 대결이 계속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 영향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플러스 효과일지, 마이너스 효과일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과 모두 선을 그은 상태여서 ‘일반인 박근혜’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친박계 한 인사는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이 ‘박근혜 엄호’에 소극적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정치와 담쌓고 지낼 것”이라고 했다.

오는 31일 출간 예정인 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수감 중 메모를 엮은 이 책에는 탄핵 때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소회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경우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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