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체치료제 있지만… 주사 맞은 부산 재택치료자 8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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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치료제 ‘게임 체인저’ 될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2일 긴급승인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가 이탈리아 아스콜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가까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 백신에 이어 치료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치료제 중에서도 국산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주’가 각광받고 있지만, 정맥 주사방식인 데다 확진자 이동까지 고려해야 해 투여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긴급승인에 이어 우리 정부도 사전검토에 들어간 먹는 치료제가 현 상황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국산 ‘렉키로나주’ 처방 태부족
투약 대상 제한·접근성도 한계
알약치료제 보급되면 나아질 듯
승인 전이지만 31만 명분 계약
국산 백신도 임상3상 진행 중

23일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단기외래진료센터가 설치된 지난 13일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투여받은 재택치료자는 모두 8명이다. 부산만 하더라도 최근 하루 확진자가 400명에 재택치료자는 2000명을 넘어서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렉키로나주로 치료받는 환자 수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사실 렉키로나주 처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재택치료자가 렉키로나주 주사를 맞으려면 단기외래진료센터로 가야 한다. 전국에서 13곳에 불과한데, 부산에서 단기외래진료센터가 설치된 곳은 부산의료원 단 한 군데다. 재택치료자가 외래센터로 이동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내부에 칸막이가 설치된 방역택시를 타거나 음압시설이 구비된 구급차로 이동해야만 한다.

외래센터에 도착하더라도 바로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이 먼저 진료를 보고, 휴대용 엑스선 촬영기로 환자의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만 한다. 렉키로나 주사를 맞을 때는 체중 1㎏에 40㎎씩 투약해야 하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결국 이동, 진료, 투약까지 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게다가 50세 이상의 경증 환자, 기저질환자만 투약하도록 제한돼 있는 것도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부산의료원 이비인후과 박성수 과장은 “렉키로나주는 항체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경증 환자의 중증화를 막아 주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면서 “최근 등장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정맥주사 치료제 처방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 알약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시작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올 연말까지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분량이 18만 명분이다. 이 중 미국에만 6만~7만 명분이 배정된 상태다. 미국은 또 아직 머크앤컴퍼니의 알약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승인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치료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도 아직 치료제 사용 승인 전이지만 팍스로비드 7만 명분, 몰누피라비르 24만 명분을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약품청에서도 아직 판매 승인을 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는 두 치료제 모두 5만 명분씩을 들여오기로 했으며, 지난달 몰누피라비르를 조건부 승인한 영국도 팍스로비드 275만 명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 외에 벨기에,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는 23일 오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제12차 회의를 열고 올해 안으로 국산 백신 ‘최대 1000만 회분’ 선 구매를 추진한다. 또 내년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등을 위해 총 5457억 원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국산 1호 백신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합성항원 백신 ‘GBP510’가 유력하다. 해당 백신은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 21일 대규모 임상3상 중화항체 효능평가(중화항체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황석하·송현수·이현정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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