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시 당선소감] ‘모든 봄은 언제나 첫 번째였다’는 걸 이젠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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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선 소감-최은우

이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올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 봄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마다 똑같이 피어나는 꽃들을 기를 쓰며 보러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꽃들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그곳에 그날, 그 시각 거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진을 찍는지를 말이지요.

아주 오랜 시간 낙방하고 이제 신춘문예는 봄이 오기 전 우체국에 들르는 작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연례행사를 치르며 나이를 먹고 왜 봄이 오면 사람들이 꽃을 보러 가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모든 봄은 언제나 첫 번째였고 짧은 진통으로 낳은 둘째도 결국은 내 처음의 아이였다는 것을요. 어느 순간 핸드폰 카메라 앨범엔 꼭 찍혀야 할 단풍이 있고,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길고양이가 있으며, 재개발을 기다리는 골목의 장미여관이 가지 말라며 제 발을 붙들었습니다. 그 골목을 찍고 있는 순간도 다시 오지 않을 그 하루의 처음이었다는 것을요.

시와 함께 한 살 더 나이 먹을 수 있게 해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나의 아픈 손을 잡아 주어 나의 한쪽, 나의 시가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약력 : 1980년 전북 순창군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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