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희곡 심사평] ‘닫힌 공간’의 여운과 울음 강하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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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분은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작년 50여 편 수준이었던 응모작 수가 이번에는 100편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가는 그 자체로 기쁘고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작품 수의 증가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무관하지 않고, 깊어 가는 외로움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편하지 않은 기분인 것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응모 작품이 내보이는 두드러진 특징은 ‘갇힌 공간’이었다. 희곡과 시나리오는 장르 특성상 공간적 배경을 명시해야 하지만, 이번 응모작들처럼 노골적으로 감옥, 요양원, 골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를 흔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 비해서도 그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는데, 무엇보다 그러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꿈꾸는 세계의 모습이 침울한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외로워하고 있었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깊게 따지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당선작 역시 모텔을 혼자만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달방’으로 명명된 공간에는 혼자 살고 혼자 먹고 거의 외출하지 않은 여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여인은 한 남자를 동반했는데, 상스럽지 않고 가볍지 않은 이 동반이 우리 마음속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저릿하게 일러주고 있다. 현실의 의미와 규칙을 함부로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을 보려 했던 극작술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만들었다. ‘우리 동네 마지막 만화방의 마지막 일주일’이나 ‘여름 맞선’도 수상에 육박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었지만 ‘자정의 달방’에서의 여운과 울음이 더욱 강하게 남았기에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한다. 이 수상이 어둠 같은 방에서 더 환한 세상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전해 본다. 심사위원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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